(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스타일로 살면서도 국제대회에선 중국 대표로 뛰는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구아이링이 탈락 위기에서 극적 반전을 펼치고 2위에 오르자 중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 기업 후원 때문에 국제대회 때만 중국인으로 생활한다"며 바판하지만 이번 반전스토리엔 환호하는 모습이다.
중국 포털 넷이즈는 "구아이링이 끔찍하게 탈락할 뻔한 위기에서 엄청난 정신력을 발휘했다. 중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했다.
구아이링은 지난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슬로프스타일 예선에서 75.3점을 받아 마틸데 그레몽(스위스·79.15점)에 이어 전체 2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 종목 결승은 9일 오후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프리스타일 스키 중 슬로프스타일 종목은 선수가 슬로프를 내려오며 파이프, 계단 등 장애물을 넘거나 장애물을 타고 오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종목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이후에도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며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서 양자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는 중국 대표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구아이링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와 빅에어 금메달을 따내 2관왕이 됐다. 슬로프스타일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에도 3개 종목에 나서며 출전하는 전종목 우승이 목표다. 첫 관문이 직전 대회 은메달을 딴 슬로프스타일 우승이다.
사실 구아이링은 예선에서 탈락할 뻔했다. 1차 시기 첫 번째 레일로 점프해 올랐다가 눈 위에 착지하며 미끄러져 넘어졌기 때문이다.
첫 장애물에서 넘어지다보니 점수는 1.26점으로 참혹한 점수가 나왔다. 0점대를 받은 3명의 선수들과 함께 최하위권인 20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2차 시기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치며 상위 12명에게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6개의 장애물을 매끄럽게 통과하며 75.30점을 찍었다.
슬로프스타일 종목은 두 차례 연기 중 좋은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구아이링 입장에선 죽다 살아난 셈이 됐다.
한편, 그가 넘어지자 중국 내에선 이를 반기를 목소리도 있었다고 중국 매체 '소후닷컴'이 전했다.
넷이즈는 전날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간 구아이링은 여전히 중국에서 논란의 대상"이라며 "그는 지난 1년간 2300만 달러(약 337억원)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중국 기업의 후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1차 시기 뒤 그가 정신적 혼란을 딛고 2차 시기 완벽한 연기를 해낸 것을 주목하는 중국 내 시선이 많다.
'AP통신'에 따르면 구아이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슬픔의 5단계를 거쳤다. 혼란스러웠고, 절망에 빠졌으며,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끝에는 몰입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몰입 상태를 찾은 뒤엔 '나는 엄청나게 노력했어. 스키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숨 쉬며 살아왔어'라고 되뇌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발) 게이트에 도착했을 땐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아이링이 필요에 의해 중국 국적을 선택했을 뿐,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를 싫어하는 중국인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특히 베이징 동계올림픽 뒤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을 땐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9일 결승 앞두고 지지 모드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 다른 포털 소후닷컴은 "구아이링이 지난 대회 금메달리시트 마틸데 그로몽(스위스)와 다시 다투게 됐다. 미국의 18세 선수 에브리 크룸메도 우승후보"라며 "중국의 첫 금메달이 그의 어깨에 달렸다"고 조명했다.
이어 "쑤이밍이 남자 빅에어에서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에 이제 구아이링을 주목할 때"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 구아이링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