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왕중왕전을 위해 갈고 닦은 '비기'가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남자 피겨의 초신성' 서민규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민규는 5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1.64점, 예술점수(PCS) 79.45점, 합계 171.09점을 받았다.
그는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 84.82점을 합쳐 총점 255.91점을 기록, 일본 남자 싱글의 미래로 불리는 나카타 리오(249.70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서민규는 전날 86.48점을 기록한 나카타에 밀려 쇼트프로그램 2위를 차지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기를 내했다.
서민규의 우승은 피겨 모든 종목을 통틀어도 지난 2006년 여자 싱글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김연아는 2005년 핀란드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이듬해 체코 오스트라바 대회에서 금메달을 기어코 따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은 올 시즌 7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선수 6명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같은 대회다.
일본에서 열리다보니 나카타의 우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컸지만 서민규가 환상적인 뒤집기 드라마로 웃었다.
서민규의 이번 역전극은 이번 최근 성공률이 부쩍 올라간 쿼드러플 살코의 완벽한 착지가 큰 묷을 했다.
프리스케이팅 배경 곡인 뮤즈의 '엑소제네시스 : 심포니'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서민규는 첫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기본점 9.70점)를 깔끔하게 뛰어 수행점수(GOE) 가산점 1.80점을 추가하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쿼드러플 살코는 서민규가 지난달 30일 열린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에서 처음 성공시킨 기술이다.
4회전 점프 중 가장 난이도가 떨어지지만 공중에서 3바퀴 넘어 4바퀴를 돈다는 점에서 서민규에게 큰 도전이었다.
서민규는 지난 가을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두 대회에 출전했다. 이 중 먼저 열린 튀르키예 대회에선 4회전 점프를 아예 뛰지 않았다.
이후 열린 아제르바이잔 대회에선 4회전 살코를 뛰었으나 크게 넘어지면서 다운그레이드(점프를 180도 수준으로 몿 미치게 회전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다운그레이드를 받게 되면 해당 점프의 기본점수가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당시 서민규는 기본점수가 7.76으로 내려갔고 GOE 3.88점 감점을 받았다. 여기에 넘어졌기 때문에 감점 1점이 추가되면서 쿼드러플 살코 기술로 2.88점 획득에 그쳤다.
하지만 서민규는 좌절하지 않았다. 랭킹 대회에서 4회전 살코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기본점수 9.70점에 GOE 2.08점 가산점이 붙었다. 서민규가 차준환을 제치고 랭킹 대회 우승한 뒤 두 팔을 불끈 쥐며 환호한 이유도 실전에서 4회전 살코를 처음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기세를 살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해냈다.
서민규는 첫 점프 성공 뒤 거침이 없었다. 이어지는 6개 점프를 모두 클린 처리했고, 스핀 등 비점프 요소도 최고난도인 레벨4로 소화했다.
서민규에 이어 등장한 나카타가 4회전 토루프 점프, 트리플 루프 점프에서 GOE 감점을 받는 등 점프 불안으로 고전하면서 한국 남자 피겨사에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서민규는 지난 2024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남자 피겨사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다.
올해 헝가리 데브레첸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선 나카타에 밀려 은메달을 따냈는데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그것도 일본에 나카타를 넘어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서민규는 피겨 선수 출신이자 지도자인 김은주 코치의 아들이다. 서민규는 2023-2024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튀르키예 대회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면서 국내 빙상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수도권이 아닌 대구에서 피겨를 배운 뒤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까지 따내 시선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