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손흥민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 동료 드니 부앙가가 아버지의 조국 가봉의 사상 첫 월드컵 출전 희망을 이어갔다.
가봉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케냐 나이로비 카사라니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비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프리카 지역 예선 F조 9차전에서 4-3 역전승을 거뒀다.
프랑스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에서 뛰는 가봉 축구 레전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무려 4골을 혼자 폭발시키고 후반 40분 퇴장당하면서 가봉은 3골을 넣은 감비아를 제압하고 승점 3을 얻어 조 2위(7승1무1패, 승점 22)가 됐다. 세이셸을 무려 7-0으로 대파한 1위 코트디부아르(승점 23)를 추격했다.
아프리카 지역 예선은 총 9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위 팀이 아프리카 대륙에 배정된 9장의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갖는다. 각 조 2위 팀 중 승점, 득실차 등으로 상위 4개 팀을 추린 뒤 11월 토너먼트를 벌여 우승팀을 가린다. 이 팀은 내년 열리는 FIFA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출전, 남은 한 장의 본선 진출권을 두고 혈전을 벌인다.
가봉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데 부앙가 역시 아버지의 조국을 위해 아프리카 지역 예선 최다골 2위(8골)에 오르며 힘을 보태고 있다.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아프리카 축구사 최고의 선수 모하메드 살라(이집트)보다 한 골 적다. 지난달까지는 부앙가가 1위였으나 살라가 지난 9일 지부티전에서 두 골 넣으면서 1위가 됐다.
부앙가는 최근 LAFC 훈련장에서 진행된 MLS 시즌 패스 팀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조국이 구단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뛸 수 있고 경기에서 시간을 받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한 대표팀을 위해 뛸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부앙가는 "나는 오바메양과 경기장 안팎에서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다. 내가 쏘니와 하고 있는 것과 정말 똑같다"라며 "매번 우리가 대표팀에서 만나면 서로 득점하고 패스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메양이 월드컵에서 득점할 기회가 있고 월드컵에서 출전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는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 수상자로 모두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세유에서 그가 하는 것들은 놀랍다"며 대선배 오바메양과 월드컵 투톱 꿈을 숨기지 않았다.
가봉은 오는 15일 오전 4시 수도 프랑스빌에 있는 프랑스빌 스타디움에서 부룬디와 최종전을 치른다. 같은 시각 코트디부아르는 알라상 오아타라 에빔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케냐와 맞대결을 갖는데, 가봉은 코트디부아르가 무조건 지고 자신들이 부룬디를 제압해야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경우의 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1위가 되지 않더라도, 각 조 2위 중 상위 4개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 플레이오프 나갈 가능성은 크다.
부앙가는 이날 오바메양, 노아 르미나와 함께 공격진을 이끌었다. 중원은 디디에 은동, 겔로르 캉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미드필더 마리오 르미나가 지켰다. 수비진은 자크 에코미에, 믹 온피아, 브루누 망가, 앙토니 오요노, 골키퍼 장갑은 로이스 음바바가 꼈다.
감비아 역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잉글랜드) 공격수 얀쿠바 민테를 비롯해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의 동료 마흐무드 바조 등이 선발로 나섰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오바메양이었다. 전반 20분 왼쪽에서 부앙가가 중앙으로 얼리 크로스를 시도했다. 오바메양이 수비 사이로 움직여 공을 받은 뒤, 침착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3분 뒤, 민테가 빠르게 동점을 만들면서 균형을 맞췄다.
전반 종료 직전 다시 오바메양이 나섰다. 전반 42분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오바메양이 다시 쇄도해 이어받고 밀어 넣었다.
전반 추가시간 47분 이번에는 민테의 도움을 받은 아다마 시디베가 다시 동점 골을 넣으며 2-2로 전반을 마쳤다.
감비아는 후반 2분 만에 시디베가 멀티 골을 넣으면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 골을 뒤진 가봉은 다시 오바메양에게 공을 줬다. 후반 17분 캉가가 중앙에서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오바메양이 감각적인 헤더로 해트트릭, 그리고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34분 오바메양은 박스 라인 근처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감비아의 골망을 흔들면서 4-3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오바메양은 후반 41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부룬디와의 최종전은 결장하게 됐다.
부앙가가 어쩌면 최종전에 가봉의 최전방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앙가가 월드컵 본선 직행 희망을 이어가는 득점을 최종전에 터뜨릴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가봉축구협회, ML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