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윤산흠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윤산흠은 1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6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윤산흠은 35구를 소화했다. 구종별로는 직구(22개)가 가장 많았고, 슬라이더(10개)와 커브(3개)가 그 뒤를 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0km/h를 나타냈다.
13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8연전을 소화 중인 한화는 18일 불펜데이 전략을 활용했다. 이날 윤산흠의 역할은 오프너였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서 오늘 쓸 수 있는 불펜투수들로 이닝을 잘라서 경기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산흠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김 감독은 "(윤산흠이) 계속 1이닝을 던지다가 선발로 나가는 것이니까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는 (잘해줄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2이닝 정도는 던지지 않을까"라며 "오늘 경기에서는 투수가 자주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윤산흠이 깔끔하게 막으면 3이닝도 소화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이야기에 "그건 무리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윤산흠은 초반부터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회말 윤도현의 삼진, 박찬호의 삼진, 김선빈의 3루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고, 2회말 최형우의 1루수 땅볼, 나성범의 투수 땅볼, 위즈덤의 3루수 직선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윤산흠은 3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오선우의 삼진, 한준수의 투수 땅볼 이후 2사에서 김호령을 사구로 내보냈지만, 윤도현의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날 윤산흠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두 번째 투수 김종수(1이닝 1실점)를 시작으로 황준서(⅓이닝 무실점), 주현상(⅔이닝 무실점), 박상원(1이닝 1실점), 엄상백(1⅔이닝 무실점), 김서현(1⅓이닝 1실점)까지 불펜도 제 몫을 다했다. 실점을 최소화한 한화는 KIA를 4-3으로 제압하고 4연승과 함께 시즌 80승(53패3무)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윤산흠은 "1회말 첫 타자를 상대할 때 많이 긴장했고 경기 초반에 제구가 흔들렸는데, 포수 (이)재원 선배님이 리드를 잘 해주셔서 변화구 제구가 집혔고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갔던 것 같다"며 "(광주가 고향이라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없었고, 그냥 주어진 역할만 잘 하자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3이닝을 책임진 것에 대해서는 "1회말에 투구수가 많았고 볼도 좀 많아서 2회말부터는 타자들과 싸우려고 생각했다. 다행히 투구수가 적어서 3회말까지 간 게 아닌가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99년생인 윤산흠은 광주화정초-진흥중-영선고를 거쳐 2019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다만 2019년과 2020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21년 독립리그에서 뛰던 윤산흠은 그해 6월 중순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당시 한화는 "윤산흠이 투구폼 조정 등의 노력을 거쳐 최고 시속 145km의 직구를 던지는 등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육성선수 영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산흠은 2022년 1군에서 37경기 33⅔이닝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팀 린스컴과 투구폼이 비슷해 '대전 린스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선수 본인도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다. 윤산흠은 "예전에는 더 누워서 던졌는데, 제구 문제도 있고 부상 위험도 있어서 지금은 몸을 많이 세워서 던지고 있다. 그게 제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23년 12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윤산흠은 지난 6월 전역했다. 7월 6일 1군에 올라왔다 일주일 뒤 2군으로 내려갔고, 지난달 21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8월 이후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오프너 임무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윤산흠은 "상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체중도 10kg 정도 늘렸다. 불펜투수로 던지면서 연투도 많이 하고 멀티이닝도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부분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이전보다) 공에 좀 더 힘이 실린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생각보다 팀에 더 많이 보탬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며 "솔직히 가을야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감독님이 선택하시는 것이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집중해서 던지려고 한다. 팀이 잘하고 있어서 너무 좋고, 남은 경기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