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투수 성영탁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성영탁은 29일 현재 38경기 44⅔이닝 3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1.81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28일 문학 SSG 랜더스전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성영탁은 28일 경기에서 2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구원승을 수확했다. 지난달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2이닝) 이후 처음으로 2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투구 내용도 깔끔했다. 성영탁은 팀이 7-5로 앞선 6회말 구원 등판해 박성한, 안상현, 최정을 각각 삼진, 투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7회말에는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삼진 처리했고, 류효승의 3루수 직선타와 오태곤의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KIA는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키면서 SSG를 10-6으로 제압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필승조가 다들 잘 해줬지만, 특히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낸 성영탁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성영탁에게 박수를 보냈다.
28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성영탁은 "처음 1군에 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대단한 선배님들을 보더라도 (선배들을) 상대해보진 않았고, 또 어떤 유형의 타자들인지 몰랐기 때문에 좀 어려웠다. 지금은 타자들을 다 상대해봤고, 좀 더 자세하게 전력을 분석하면서 상대의 약점 등을 보고 마운드에 올라간다"며 "처음에 올라왔을 때와 비교하면 패기는 비슷한 것 같다. 그냥 무조건 공략하고, 상대 타자를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밝혔다.
2004년생 성영탁은 지난해 10라운드 96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지난해 2군에서 23경기에 출전했으며, 40이닝 2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05을 올렸다. 올 시즌 초반에도 계속 2군에 머물렀고, 13경기 25⅓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성영탁은 5월 20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전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김건국의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시즌 초반 불펜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던 KIA로선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성영탁은 5월 4경기 5이닝 무실점, 6월 13경기 15⅓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17로 활약했다. 의미 있는 기록까지 세웠다. 데뷔전이었던 5월 20일 KT전부터 6월 21일 문학 SSG전까지 17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구단 신인 데뷔 무실점 기록(종전 조계현 13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경신했다.
위기가 없진 않았다. 성영탁은 지난달 24일 광주 LG 트윈스전(1이닝 2실점),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이닝 2실점)에서 부진하면서 이틀 연속 패전을 떠안았다. 지난 1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1이닝 2실점),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⅔이닝 1실점)에서도 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진이 길어지진 않았다.
성영탁은 "7월에 실투가 좀 많았다고 생각한다. 컨디션은 (다른 때와 비교했을 때) 같아서 딱히 힘든 건 없다"며 "(코칭스태프,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맞춰잡는 투수인 만큼 최대한 정확하게 던지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라리 지금처럼 계속 들어가다가 맞는 게 낫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서 등판했던 성영탁이지만, 최근에는 접전 상황에서도 자주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는 "그런 상황에 올라가면서 뭔가 성장하는 것 같고, 재밌기도 하다. 열심히 던지고 있다"며 "부담감은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안현민(KT 위즈), 송승기(LG 트윈스)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신인왕 후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성영탁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성영탁은 "신인왕 후보에서 거론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은 없다. 내 투구에 만족한다. 그냥 이렇게 1군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늘 얘기하지만, 난 실점을 최소화하고,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이겼으면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KIA는 56승59패4무(0.487)의 성적으로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초 2위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패배가 쌓이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성영탁은 "경기가 끝난 뒤 순위표를 보면서 (다른 팀과의) 승차 등을 확인하긴 하는데, 팀 순위가 높을 때 던지는 기분과 낮을 때 던지는 기분이 다른 것 같진 않다. 그냥 매 경기에 집중한다며 "또 다시 긴 연패가 이어지긴 했지만, 어제(27일) 딱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했다.
또 성영탁은 "가을야구에 가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것 같다.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것 같고, 재밌을 것 같다"며 "순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우린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팀을 위해서 열심히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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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