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자취 남겨 가슴 벅차" 연이틀 데뷔 첫 홀드·세이브 진기록…예비 신랑 우완, '잊힌 1차 지명' 한 풀다 [잠실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투수 김정우가 연이틀 데뷔 첫 홀드와 세이브를 달성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1차 지명 출신으로 오랜 세월 무명 시절을 보낸 한을 제대로 푼 김정우의 행복한 주말이었다.

김정우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9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 19구 1피안타(1홈런) 3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4-2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날 두산은 1회초 선취점을 내준 뒤 8회말 공격 전까지 한 점 차로 끌려갔다. 두산 선발 투수 제환유가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면서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8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대타 김인태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2사 만루 기회에서 조수행의 2타점 역전 적시타와 상대 포수 송구 실책으로 3점을 더 뽑았다.

두산은 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김정우를 올렸다. 앞서 지난 17일 3연투를 펼쳤던 마무리 투수 김택연 대신 두산 벤치가 선택한 투수는 김정우였다.

김정우는 이미 지난 16일 잠실 KIA전에서도 8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 18구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달성했다. 데뷔 첫 홀드 달성 다음 날 데뷔 첫 세이브에 도전하는 진귀한 그림이 나왔다.

김정우는 17일 경기 9회초 선두타자 위즈덤과 박민을 상대로 연달아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후속타자 김태군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김정우는 마지막 타자 김호령을 149km/h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정우는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데뷔 첫 홀드 이튿날 데뷔 첫 세이브를 달성한 투수가 됐다. 앞서 이혜천(2000년 4월 14일 잠실 SK전 홀드-2000년 4월 15일 잠실 SK전 세이브)과 안영명(2003년 5월 22일 한밭 한화전 홀드-2003년 5월 23일 청주 LG전 세이브)이 해당 기록을 달성했다.

경기 뒤 김정우는 "이런 기록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틀 연속 팀이 이긴 가운데 나에게도 뜻깊은 기록을 달성해 큰 의미가 있었다. KBO리그 역사에 흔치 않은 기록이라고 하니 더욱 뿌듯하다"라고 대기록 달성을 기뻐했다.

이어 "어제보다 오늘 세이브로 팀 승리를 마지막 순간 지킨 게 더 좋고 행복하긴 하다. 직전 이닝 역전으로 더 긴장했는데 홈런을 맞았어도 마지막 타자 때 어떻게든 아웃을 만들고자 전력 투구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KBO리그에 내 발자취를 남겨서 너무 벅차고 영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김정우는 지난 2018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뒤 2019시즌 1군 한 경기 출전 기록만 남기고 2023시즌 도중 강진성과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김정우는 두산 입단 뒤에도 1군에서 많은 등판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막판 김정우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정우는 "1차 지명이라는 꼬리표가 신경이 안 쓰였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늦지 않게나마 지금이라도 잘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다"며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기록을 쌓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는 곧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다. 2군에서 어려울 때 뒷바라지를 해준 예비 신부와 더불어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님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김정우는 "아들이 1군 등록만 되면 경기마다 인천에서 잠실까지 찾아와 주시는 부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다. 아마 오늘 경기도 오셔서 보셨을 텐데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린 느낌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예비 신부도 2군에서 길게 있었던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이 도와줬다. 앞으로도 서로 잘 챙기면서 예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더 많은 기록을 쌓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