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KBO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엘롯라시코'가 이번만큼은 '막장 드라마'가 아닌 '명작'이었다. 수준 높은 투수전이 펼쳐지면서 3연전 내내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팀 간 8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날 5-2로 승리했던 기세를 몰아 연승과 함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 이민석의 6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최준용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김원중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릴레이 쾌투를 펼쳤다. 투수진이 LG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면서 쉽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었다.
롯데 야수들도 승부처 때마다 호수비를 선보이면서 사직야구장을 찾은 2만 1000여명의 팬들을 환호성을 끌어냈다. 4회초 천성호의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1루수 정훈, 7회초 박해민의 장타성 타구를 '슈퍼 캐치'로 낚아챈 우익수 한승현까지 게임 내내 높은 집중력이 발휘됐다.
LG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선발투수 손주영의 6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가 빛났다. 손주영은 이민석과 명품 투수전을 펼치면서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만들었다.
승부는 8회말 롯데 공격에서 갈렸다.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승욱의 희생 번트 시도 때 LG 포수 박동원의 2루 송구 실책으로 경기 흐름이 크게 요동쳤다.
롯데는 김민성의 희생 번트로 1사 2, 3루 찬스를 중심 타선에 연결했다. LG는 빅터 레이예스를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투수를 장현식에서 유영찬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롯데가 웃었다. 롯데 캡틴 전준우가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승부의 추가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
LG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으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다만 천성호의 우익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때 2루 주자 박동원이 타구를 확인하지 않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뒤 미처 귀루하지 못하면서 아웃, 게임이 그대로 종료됐다.
이날 롯데의 승리로 승부에 마침표가 찍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33분에 불과했다. 지난 1일 2시간 43분, 2일 2시간 41분에 이어 이번 주중 3연전 모두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았다.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엘롯라시코'가 3연전 기준 3경기 모두 3시간 이내에 게임이 종료된 건 2008년 7월 4~6일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사직 '엘롯라시코'는 유독 양 팀 모두를 괴롭게 만드는 게임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6월 27일에는 우천 중단 없이 5시간 38분의 혈투를 펼쳤다. 평일 오후 6시 30분 개시된 게임은 자정을 넘겨 0시 9분 종료됐다. 이튿날에도 롯데와 LG는 연장 12회까지 무려 5시간 5분 동안 승부가 이어졌다.
2023년부터 LG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염경엽 감독은 지난 1일 게임에 앞서 "사직에만 오면 야구가 꼬인다. 흐름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번 사직 '엘롯라시코'는 막장 드라마가 아닌 명작이었다. 상위권 팀들의 격돌다운 수준 높은 게임이 펼쳐졌다. 홈 팀 롯데가 위닝 시리즈를 따내면서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