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15승 5무 무패. 패배를 잊은 듯한 전북 현대의 최근 20경기 기록이다.
전북이 모두가 알던 K리그 대표 '명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북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에서 송민규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승리를 거두며 공식전 20경기 무패를 내달렸다.
전북은 경기 내내 서울을 상대로 주도권을 내준 탓에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리그 선두에 있는 팀이라기에는 아쉬운 모습도 종종 보였다. 김정훈의 선방이나 수비진의 몸을 던지는 수비가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장면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승리를 가져간 팀은 전북이었다.
85분이 넘도록 탄탄한 수비를 유지하며 서울의 공세를 막아낸 전북은 후반 42분경 역습 상황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지난 5월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그리고 지난달 21일 전주성에서 서울을 상대로 골을 터트린 송민규가 서울전 3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또다시 서울에 비수를 꽂았다.
전북의 사령탑 거스 포옛 감독은 서울전 승리를 두고 "오늘의 승리를 요약하자면 우리의 '위닝 멘털리티'를 보여준 승리"라고 평했다.
'위닝 멘털리티'는 이번 시즌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전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전북은 지난 3월9일 강원FC전(0-1 패) 이후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질 것 같은 경기에서는 비기고, 비길 것 같은 경기에서는 이겼다. 위닝 멘털리티라는 말로 포장되는 전북 선수들의 자신감, 도전 의식, 승리에 대한 열망이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북의 이번 시즌 더욱 놀랍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불과 7개월 전만 하더라도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팀이기 때문이다. 한때 리그 5연패를 달성하는 등 K리그에서 왕조를 세웠던 전북은 지난 시즌 부진을 반복한 끝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겪는 굴욕을 겪었다.
그랬던 전북이 이번 시즌에는 두 개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전북은 리그 21라운드 기준 리그에서 승점 45점을 쌓아 2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 35)과의 승점 차를 10점으로 벌린 채 선두를 유지 중이다. 코리아컵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한 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다시 전주성으로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전북을 한 시즌 만에 강등을 걱정하는 팀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팀으로 바꾼 장본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선임된 포옛 감독이다. 포옛 감독과 전북은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축구계의 유명한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포옛 감독은 "팀에 위닝 멘털리티를 심는 과정이 중요했다. 경기에서 승리하면 선수들 사이에 게임 플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이런 믿음이 쌓이면 팀이 전체적으로 함께하는 믿음, 나아가 스태프들, 팬들과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며 "이제는 전북 라커룸이 승리하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팀이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서울전 결승골의 주인공 송민규는 "축구는 결국 이겨야 한다. (감독님께서) '축구는 이기는 게 잘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며 "컵 대회였기 때문에 반드시 결과가 필요했다. 경기는 밀리더라도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공격수들과 수비수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민규의 골을 도운, 이번 시즌 포옛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고 있는 미드필더 강상윤도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위닝 멘털리티는 우리가 경기를 세밀하게 준비하고 잘 치르면서 생기는 것 같다"며 "감독님도 그렇고 모두가 '킵 고잉(Keep going)' 하라고 하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다보면 위닝 멘털리티가 생기는 것 같다. 지금 팀이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포옛 감독이 전북에 새긴 위닝 멘털리티가 과거 전북 왕조 시절 전북을 대표하는 단어였던 '우승 DNA'를 다시 발현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포옛 감독은 공개적으로 우승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시즌 초반과 비교했을 때 전북의 목표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팀의 목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북에 처음 왔을 때에는 리그나 컵 대회 우승이 아니라, 팀을 정상화시키는 게 목표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코리아컵 준결승에 진출했고, 리그에서 10점 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1월에 세웠던 것과는 목표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