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근한 기자) '107억 잠수함' KT 위즈 투수 고영표가 팀의 4연승과 함께 KBO 통산 700승 달성의 주역이 됐다. 완벽에 가까운 투구 내용,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자기반성과 책임감이 어우러지며 '토종 에이스' 진면목을 증명했다.
고영표는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전에서 7.2이닝 93구 3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1실점의 쾌투를 펼치며 시즌 4승을 달성했다. 퍼펙트 행진이 7회 2사 뒤 양의지에게 깨졌지만, 흔들림 없이 팀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이날 고영표는 1회 초 정수빈, 케이브, 양의지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단 8구 만에 이닝을 마무리하며 KT 벤치에 자신감을 심었다. 이어 2회에는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양석환과 오명진을 범타로 처리해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3회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추재현의 1루수 땅볼, 강승호의 삼진, 그리고 임종성의 투수 땅볼로 깔끔하게 막았다. 4회에는 정수빈, 케이브, 양의지를 또 한 번 범타 처리하며 두 번째 순환까지 퍼펙트 흐름을 이어갔다.
5회 역시 김재환을 3구 삼진, 양석환을 3루수 땅볼, 오명진을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6회에는 추재현과 강승호를 내야 땅볼로 잡은 뒤 임종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6이닝 퍼펙트를 완성했다.
하지만 7회 2사 뒤, 양의지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퍼펙트 행진은 막을 내렸다. 이어 김재환에게 사구를 내주며 다소 흔들렸지만, 양석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탈출했다.
8회 2사 후 고영표는 강승호에게 좌중간 2루타, 김인태에게 사구를 내주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마운드를 넘겨받은 마무리 투수 박영현이 케이브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박영현은 9회 초 이닝까지 틀어막고 시즌 18세이브와 함께 2-1 승리를 지켰다. KT는 시즌 첫 4연승과 함께 팀 통산 700승 고지에 올랐다.
고영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1회 선두타자 정수빈의 타구를 황재균 선수가 호수비로 잡아준 게 큰 도움이 됐다.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초반에 존 안으로 들어가는 투구 비율이 높아 유리한 카운트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특히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존 안팎을 공략해 게임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7회 2사까지 이어진 퍼펙트 투구가 양의지의 안타로 깨진 순간에 대해서는 담담했다. 고영표는 "늘 그런 큰 도전을 하지만 또 깨질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운드에서 (장)성우 형이 '너 퍼펙트 하려고 했냐'고 농담도 해줘서 웃으며 넘겼다. 세트 포지션에서 타이밍이 좀 어긋났던 부분은 다음 경기에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 전 이강철 감독과 나눈 대화도 전했다. 고영표는 "감독님이 손동현 선수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시던 참이었다. 무거운 목소리로 '앞으로 네가 7이닝씩 던져야겠다'고 하셨다"며 "그 공백이 크지만, 불펜 형들과 후배들이 서로 도우려는 분위기다. 오늘은 그 몫까지 던진 것 같아 보람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이탈했던 그는 "작년에 팀에 많은 미안함이 있었다. 올해는 끝까지 건강하게 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건강 유지를 위해 유연성과 체중 관리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는 고영표는 "요가나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있고, 트레이너에게 흉추 가동성 등 세세한 부분도 자주 체크받고 있다.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내게 맞는 루틴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즌 이닝 목표에 대해 묻자 고영표는 "200이닝과 200탈삼진은 선발 투수라면 당연히 도전하고 싶은 기록"이라면서도 "지금은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 목표는 160이닝"이라고 현실적인 목표도 함께 전했다.
퍼펙트가 아니어도 완벽에 가까웠던 밤. 고영표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KT의 믿음직한 기둥인지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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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