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지금은 좌우 코너위크를 신경 쓸 때가 아닌데 엔스처럼 던진다고 그랬죠."
LG 트윈스 좌완 영건 손주영은 2025 시즌 출발은 산뜻했다. 지난 3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4월 19일 SSG 랜더스전까지 첫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81로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손주영은 지난 4월 25일 KIA 타이거즈전 3⅔이닝 7피안타 3볼넷 1사구 7탈삼진 5실점(3자책)으로 흔들렸다. 지난 2일 SSG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반등,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17일 KT 위즈전에서 4⅔이닝 7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손주영과 개인 면담을 실시, 문제점을 짚어줬다. 손주영이 150km/h 초반대 빠른 공을 던지기는 하지만 투구 패턴이 단조롭다고 지적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에게 커브 구사 비율을 높이고, 포크볼의 완성도를 더 다듬을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직구도 스트라이크 존 좌우 구석구석으로 지나치게 정확하게 던지기는 것보다 상하를 더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손주영은 사령탑의 조언을 확실하게 수행했다. 지난 23일 SSG전에서 전체 투구수 99개 중 27개를 커브로 뿌리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결과는 7이닝 1실점 쾌투로 퀄리티 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피칭과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SSG전에 앞서 "손주영이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지만 슬라이더만 던지면 타자들이 예측을 하고 들어온다. 이러면 투구수도 늘어나고 풀카운트 승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손주영이 전날은 커브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지니까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낀다. 커브 덕분에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과 면담 과정에서 지난해 LG에서 뛰었던 좌완 디트릭 엔스를 언급했다. 엔스는 1선발 역할을 기대 받았지만 성적은 30경기 167⅔이닝 13승 6패 평균자책점 4.19에 그쳤다. 리그 전체에 강력한 타고투저 바람이 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이 올해 겪은 성장통이 지난해 엔스가 노출했던 문제점과 비슷하다고 봤다. 150km/h 초반대 패스트볼과 완성도 높은 컷 패스트볼을 구사했지만 서드 피칭이 마땅치 않아 고전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이 커브 제구가 잘 안 되는 날은 5회에 이미 투구수가 100개 가까이 된다. 이 부분을 손주영에게 설명을 했다"며 "'네가 엔스처럼 던지고 있는 거다'라고 말해줬다. 피칭 스타일도 비슷하고 커브를 충분히 던질 수 있는데 잘 안 던진 것도 비슷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손주영이 지금은 코너윅으로 싸우려고 그러면 안 된다. 공격적으로 던지는 게 중요하다. 제구로 싸우는 건 한 5년 후부터 하더라도 늦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LG는 2025 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 후 꾸준히 선두를 유지 중이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투타 모두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선발투수들이 중심을 잡아줘야만 '수성'이 수월하다. 손주영이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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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