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한때는 자신의 손에 모든 것을 쥐고 있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많은 것들을 잃게 됐다. 이제는 모든 것을 비워내고, 욕심 없이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하나둘 다시 채워지고 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진 가수 민수현의 진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30일 정오 발매되는 민수현 정규 2집 '空[:공]'의 메시지가 바로 이와 같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민수현은 그렇게 비워낸 자리,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쌓아올린 앨범 '空[:공]'을 들고 음악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 새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엑스포츠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민수현은 지난 10여 년 활동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 정규 앨범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그 사이 민수현은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에서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한때는 음악을 관두겠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온 자리는 결국 가수 민수현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수없이 고민했고, "무조건 이기겠다"는 욕심도 품어봤다. 그러나 끝내 남은 것은 가수로서의 초심과, 자신만의 길을 다시 걸어가겠다는 다짐뿐이었다.
"그때는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에 나갈 때마다 '왜 안 될까?'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내가 뭐가 문제일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죠. 돌이켜보면, 그 당시엔 욕심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누구든 이기겠다'는 마음, '무조건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정말 강했어요."
가수 인생을 포기하기 직전 다시 붙잡은 MBN '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에서 최종 3위에 오르며, 지금의 민수현을 있게 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주변에서는 "진작에 잘 됐어야 했는데, 이제야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해주곤 했다. 민수현 역시 "뭐가 달랐을까? 왜 이번에는 잘 되고 있지?"라는 생각을 스스로 되짚어봤다.
결국 답은 마음가짐에 있다고. 과거에는 어리고 미숙했던 탓에 '이 정도면 됐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었는데, '불트'를 거치며 한층 성숙해졌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든 걸 다 해보자"는 간절한 자세로 임한 것이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그때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절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온 모든 선택에 대해서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재밌고, 덜 피곤해요.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바뀌다 보니까,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가 커졌어요. 다시는 나약해지지 말자고 다짐도 하고요."
그 균형을 맞춰주는 힘은 바로 가수 민수현과 인간 문준용을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데 있다. 가수 민수현으로서의 행보가 중요한 만큼, 인간 문준용으로서의 삶 역시 소중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준용으로서의 삶, 그 중심에는 파충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크게 자리했다. 어린 시절부터 파충류 사육사를 꿈꿨다고 밝힌 민수현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 파충류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방치된 파충류를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집으로 데려오게 된 일화를 밝히며 당시 느꼈던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최근에 사육장을 중고 거래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파충류를 분양하던 업체가 폐업하게 되면서 사육장 안에 도마뱀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허물을 몇 겹씩 제대로 못 벗고,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히팅 필름도 꺼진 채 방치돼 있었어요.
현실적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결국 다시 찾아갔어요. 우연히 그렇게 방치된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됐고,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물었더니, 그냥 둘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께 '소유권을 포기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그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게 됐습니다."
민수현은 "요즘은 파충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샵 운영자들 중에도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정 없이 돈만 보고 시작한다면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새 식구들을 돌보느라 힘들 법도 했지만, 민수현은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았다면 한 마리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런 그의 말속에서 후회보다 생명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준용에게 파충류란 존재가 단순한 취미나 관심사를 넘어, 이 사람의 진심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설명한다면, 민수현에게는 바로 음악, 나아가 이번 새 정규 '空[:공]'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총 10곡으로 구성된 트랙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그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거 힘든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절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온 모든 선택에 대해서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 민수현만의 색깔을 더 진하게 담아내고, 진심을 담은 노래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사진=엠컴퍼니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