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의 구상에 이강인은 있었다.
주전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쿼드 자원으로 이강인을 계속 활용해 관리하려고 한다.
엔리케 감독이 2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팀 훈련장 'PSG 캠퍼스'에서 진행된 낭트와의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PSG는 오는 23일 오전 3시 45분 프랑스 낭트에 있는 스타드 드라 부조아르에서 낭트와 2024-2025시즌 리그1 29라운드 순연 경기를 치른다.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PSG는 무패 우승이라는 대업을 위해 남은 5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앞서 르아브르전에 평소와 다른 포지션에 출전시킨 것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PSG와 르아브르의 맞대결에서 이강인은 워렌 자이르 에메리, 세니 마율루와 함께 중원에 나섰는데 특이하게 6번 자리에서 롱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자리에서 뛴 이강인은 공격 포인트 없이 73분을 소화했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이강인에게 6점을 주면서 "낯선 '레지스타' 역할을 소화한 이강인은 완벽한 롱패스 창의성과 기점이 될 인상적인 플레이를 몇 차례 선보였다. 그는 중앙에서 속도를 붙이며 템포를 높이려고 했다"라면서 "수준이 높은 팀을 상대로 그의 피지컬이 부족할 수 있지만, 리그1에서 이 포지션에서 뒤는 이강인을 자주 보고 싶다"라고 평가했다.
엔리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 비티냐 위치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라고 칭찬했다.
공격적인 재능이 워낙 뛰어난 이강인을 레지스타 역할에 둔 엔리케 감독은 어쩌면 현재 포화 상태인 2선 공격진 대신 이강인이 활용될 역할을 시험했을 수 있다.
이에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는 그가 다시 이 포지션에서 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을 가진 상황에서 그는 짧게 뛰든 길게 뛰든 훌륭한 기술을 가졌다"라면서 "이 포지션이 그에게 이상적이지 않다. 그가 이 포지션에서 뛰면 수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은 이강인과 함께 모든 선수가 편안한 공간에서 뛰게 하는 것이다. 난 선수들이 정신적인 능력을 찾아내길 원한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포지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정말 많은 것을 이끌어낸다"라면서 6번(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에서도 이강인이 안정적이길 바랐다.
현재 리그1에서 우승을 확정한 PSG는 자국에서는 쿠프드 프랑스 결승 진출을 이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해 아스널(잉글랜드)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더 중요도가 높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이강인은 올 시즌 후반기부터 배제됐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이강인은 3월 A매치 기간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21일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7차전에 교체 출전했다가 발목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됐다.
이후 부상으로 공식전 3경기에 결장한 이강인은 애스턴 빌라(잉글랜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에 벤치에 돌아왔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긴 시간 공식전 출전이 없었던 이강인에게는 이미 우승이 확정된 리그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받았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대회에 기회를 받은 것은 그래도 로테이션 자원으로 기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그만큼 주전 자원이 공고해 이강인이 다시 경쟁할 상황이 되지 않는단 뜻으로도 풀이된다.
기자회견에서 엔리케 감독은 전체 선수단의 리그에서의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는지 묻자, "의심의 여지 없이 감독에게 가장 큰 도전이다. 시즌 중 많은 시간 동안 그렇다. 항상 선수들이 연결돼 있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 난 우리 선수들이 잘 유지돼 있어서 정말 운이 좋다. 적게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들이 팀을 더 나아지게 하고 있다"라면서 뒤에서 받쳐주는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강인은 올 시즌 출전 시간이 2199분으로 전체 13위다. 선발 11명을 제외하면 1~2번 교체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16명에서 20명의 정규 선수를 원하는 엔리케 감독에게는 이강인도 당연히 필요한 선수다.
이강인의 올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명히 엇갈리는데 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랭달 콜로 무아니의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유벤투스(이탈리아) 임대, 그리고 같은 시장에 영입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영입이 영향을 미쳤다.
전반기에 콜로 무아니가 종종 기회를 받았지만, 부진했고 이때 이강인은 비티냐, 주앙 네베스와 함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우측 윙어로 나섰다. 우스망 뎀벨레가 폼이 올라오지 않았고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왼쪽 측면에서 활약하면서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콜로 무아니가 임대를 떠나고 흐비차가 합류하면서 뎀벨레가 중앙 공격수로 이동했다. 흐비차가 왼쪽 윙어로 가고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했던 데지레 두에가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이강인 대신 우측 윙어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두에의 백업 역할을 하기 시작해 교체로 나오는 경기가 늘어났다.
결국 이강인은 중요한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단계에서 기회를 잃었다.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벤치, 2차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때문에 연장전에 교체 출전했다. 애스턴 빌라와 8강전에는 1, 2차전 모두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에 이강인의 거취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1월부터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계속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PSG가 이강인을 판매할 명분이 없다. 엔리케 감독이 스쿼드 자원으로 계속 이강인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가능성은 적다.
'레퀴프'는 지난 19일 "루이스 캄포스 PSG 단장이 브래들리 바르콜라, 이강인과의 재계약을 계획하고 있다"며 "루카스 베랄두도 재계약 대상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