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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곰'

기사입력 2007.09.20 23:28 / 기사수정 2007.09.20 23:28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2003' 시즌을 마치고 김경문(49. 사진) 감독이 새롭게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두산은 시즌 전 예상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악재도 닥쳤다. 병풍사태로 인해 선수층이 엄청나게 얇아졌던 것. 신고선수를 포함해 신예들이 대거 가세했으나 실전 경험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어 시즌 전 예상은 항상 하위권에 분류되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매 시즌 예상을 뒤엎었다. 2005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위업을 일궜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지난 시즌에도 막판까지 '가을 잔치' 티켓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다른 팀의 선수층을 비교해 볼 때 두산의 선전은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김현수(19), 민병헌(20), 임태훈(19) 등 1,2년차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 '세대교체'까지도 성공했다. 그들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곰처럼 듬직한 중심축

두산의 2007' 시즌을 돌아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낯선 얼굴이 가세하는 와중에도 투, 타의 중심축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는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2위(20일 현재) 행진에 큰 줄기가 되었다.

선발 투수진에선 김승회(27), 김상현(27), 이승학(28) 등 중간계투로 뛰던 투수들이 선발로 전환하는 등 '투수진 트랜스 폼 현상' 속에 '외국인 원투펀치' 다니엘 리오스(35)-맷 랜들(30) 콤비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이는 후반기 상위권 수성의 기반이 되었다.

타선은 어떤가. 상무 제대 후 기대를 모았던 '거포 유망주' 유재웅(28)이 시범경기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는 시련을 겪었으나 4번 김동주(31)의 존재는 두산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해 김동주의 어깨 부상이탈로 '두점 베어스'라는 오명을 얻었던 것을 기억하면 김동주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옹박 리드 오프' 이종욱(27)의 변신과 '리드 오프 굳히기'도 두산의 커다란 힘이었다. 올 시즌 이종욱은 타구를 좌중간, 우중간으로 보내며 2루타, 3루타를 양산하는 타격으로 변모,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종욱은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허슬플레이는 점수를 얻었으나 포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종욱. 그러나 이종욱의 올 시즌 실책은 20일 현재까지 전무하다. 이종욱은 이적생 유격수 이대수(27)와 함께 두산 수비진의 중추로 활약했다.

굳건한 선발 원·투 펀치와 강한 톱타자와 주포. 이들은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에 근간이 되어 팀의 비상을 이끌었다.

아기곰의 성장

세대교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코칭스태프의 과감함과 선수 개인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세대교체다. 병풍을 겪으며 얄팍해진 선수층으로 어쩔 수 없이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김 감독의 도박은 '잭팟'을 터뜨렸다.

마무리 정재훈(27)이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하는 등 투수진의 잦은 보직 변경에도 선발 외도 없이 불펜을 지켰던 신인 임태훈. 비록 후반기 들어 구위가 조금 떨어지고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등 프로 첫 해 성장통을 겪고 있으나 그의 활약은 투수진에 큰 힘이 되었다.

2005년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는 등 고교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날리고도 신고 선수 입단의 굴욕을 겪었던 김현수. 그러나 입단 2년 만에 나이답지 않은 배팅으로 두산 타선의 힘이 되었다. 과감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실전 경험이 쌓이면 차차 해결될 문제라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타자다.

민병헌의 수비 능력 또한 놀라웠다. 100m를 11.4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민첩한 수비와 군더더기 없는 좋은 송구능력을 보여주며 강동우(32), 윤재국(32) 등 노련한 선배들을 제치고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타격에 힘이 붙고 컨택능력이 크게 발전한다면 '한국의 아키야마 코지'가 두산에서 탄생할 것이다.

입단 6년차라 아기곰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2루수 고영민(24). 그는 '신개념 3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빠른 발을 이용해 우익수 범위까지 미치는 넓은 수비범위는 지난 시즌과 변함이 없었다.

타석에서 손목을 잘 이용해 밀어치는 재능을 보여준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In & Out' 식으로 발을 옮기는 타격이 되어 파워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스탠스를 확실히 잡아놓고 힘을 100% 발휘한다면 고영민의 20홈런-20도루는 꿈이 아닐 것이다.

구단에서도 더 큰 지원을

선수들의 활약과 김 감독의 용병술이 잘 조화되는 데는 구단의 도움도 컸다. 2003' 시즌까지 두산의 트레이드는 선수를 내주고 현금과 선수를 받는 트레이드였다. 밀리는 카드를 현금으로 메웠으니 전력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004' 시즌 이후 두산의 트레이드는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비록 2004' 시즌 차명주를 한화 이글스에 내주고 외야수 임재철과 현금을 받았으나 당시 외야가 구멍 났음을 생각하면 마침맞은 트레이드였다. 리오스와 최준석(24), 이대수 모두 두산이 구한 귀중한 선수들이다.

2004년은 트레이드만이 아닌 전력분석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2003년까지 분석 면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두산. 그러나 김 감독이 취임한 후 전력분석에도 힘을 쏟으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주포 김동주가 FA가 된다. 현재 팀에서 김동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타자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잠재력 있는 타자들은 있으나 아직 더 성장이 필요한 선수들.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김동주는 기록보다도 더욱 대단한 타자다.

김동주를 잔류시키는 데 얼마나 많은 총알이 들어갈지는 아직 모른다. 김동주의 3루 수비에 탐탁해 하지 않던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선수 겸 감독 후루타 아쓰야(42)의 사퇴로 야쿠르트가 재차 달려들 가능성도 있어 금액은 더욱 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동주는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동시에 존재만으로도 상대 팀의 목을 죄는 굉장한 타자다. 두산이 다음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 김동주를 꼭 잡아 타선의 축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이다. 

의외의 '잭팟'은 항상 터지지 않는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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