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투수 정우영을 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문학, 김근한 기자) LG 트윈스 '고속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이 1군이 아닌 2군에서 시즌 개막에 임한다. LG 염경엽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부침을 겪은 정우영에게 구속과 그만 싸우라는 강한 충고의 메시지를 건넸다. 정우영은 2군으로 내려가 잃어버린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을 처음부터 다시 쌓을 계획이다.
2019년 신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팀에 입단한 정우영은 데뷔 첫 시즌부터 16홀드 달성으로 신인왕 수상에 성공했다. 정우영은 2020시즌 20홀드, 2021시즌 27홀드, 2022시즌 35홀드로 LG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우영은 2023시즌 60경기 등판(51.2이닝), 5승 6패 11홀드 평균자책 4.70을 기록한 뒤 2024시즌 27경기 등판(22.2이닝),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 4.76으로 2년 연속 부진을 겪었다.
부진 탈출을 위해 미국 자비 유학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우영은 지난 겨울 미국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스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투구 메커니즘 수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8일 시범경기 첫 등판은 악몽으로 끝났다.
정우영은 8일 수원 KT 위즈전 4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타자 황재균에게도 연속 볼 3개를 던져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였다. 이후 정우영은 배정대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추가 실점도 내줬다. 결국, 정우영은 4회 말을 모두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정우영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4회 말 구원 등판해 공 8개를 던지고 1탈삼진 1볼넷을 기록하면서 두 번째 등판을 마쳤다. 이후 정우영의 2군행이 확정됐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투수 정우영을 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 DB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투수 정우영을 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감독은 15일 문학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정우영 선수와 면담해서 2군행을 확정했다. 시범경기 일정이 끝날 때까지는 등판 없이 기본기 훈련에만 집중한다. 2군에서도 바로 등판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경기만 등판하고 나머지는 거의 다 기본기 훈련이다. 화요일과 수요일엔 제구 안정을 위한 기본기 훈련, 목요일 휴식 뒤 금요일 불펜 투구, 일요일에 경기 등판하는 이런 프로그램을 당분간 계속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은 "최근 몇 년 동안 투구 폼 수정을 자주 했다. 이제 폼을 바꾸는 게 아니라 꾸준히 갈 수 있는 자기 걸 확실하게 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수와 투수 파트하고 다같이 합의한 사안"이라며 "2년 동안 구속과 싸웠는데 이제는 그만 싸우라고 말했다. 구속만 자꾸 쫓아가니까 오히려 구속이 안 나오고 팔만 아픈 거다. 1년을 기다렸다가 결국 디테일을 채우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디테일을 채우면 결국 구속은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염 감독은 사령탑 부임 뒤 정우영에게 슬라이드 스텝과 변화구 장착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염 감독은 "지금 구속이라도 충분히 한국에서 승부가 되는데 계속 150km/h에 꽂혀 있는 거다. 디테일을 채우면서 슬라이드 스텝과 변화구 장착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또 150km/h가 나오는 건데 이도 저도 안 되면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본인이 느끼는 듯싶다. 결국, 밸런스를 찾아야 구속이 나오는 거다. 세게만 던진다고 구속이 나오겠나. 부상만 온다. 이제는 선수한테 이런 부분을 말해도 될 때라고 판단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염 감독은 비시즌 미국 트레이닝 센터로 가서 배우는 것에 대해 자신의 야구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면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염 감독은 "미국에서 배운 게 좋았다고 생각하면 그걸 잘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걸 배울 때 내 것이 있어야 내 틀 안에서 좋은 점만 배울 수 있다. 그래야 발전이 된다. 내 것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가서 새 판을 짜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선수가 그렇게 다 성공할 수 없다. 이미 잘 만든 내 틀을 갖고 간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베테랑 선수들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더 혼돈이 올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염 감독은 이제 정우영이 다시 1군에 올라온다면 끝까지 버틸 만한 안정감을 보이길 원한다. 결국, 다시 시작하는 기본기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채워야 가능한 일이다. 과연 정우영이 2군에서 안정감을 되찾고 1군 불펜진으로 빠르게 합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투수 정우영을 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 DB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투수 정우영을 두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