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T 위즈 황재균과 한화 이글스 엄상백. 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일본 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유쾌한 설전을 펼쳤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는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치렀다. 경기 후 KT 황재균(38)과 한화 엄상백(29)이 짧은 담소를 나눴다.
엄상백은 2015년 KT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줄곧 KT에 몸담았다. 2024시즌 종료 후 첫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한화와 4년 최대 총액 78억원에 계약하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황재균은 2018시즌을 앞두고 KT와 FA 계약을 맺었다. 그해부터 엄상백과 한솥밥을 먹었다.
지난 25일 엄상백은 오키나와의 킨 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섰다. 26일 KT와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었기에 자연스레 친정 팀 이야기가 나왔다. 엄상백은 "KT를 만나면 이상할 것 같다. 이적 후에도 친했던 선수들과는 자주 연락한다"고 밝혔다.
KT 선수들 중 투타 대결에서 절대 지고 싶지 않은 타자로는 황재균을 꼽았다. 엄상백은 "황재균 형은 꼭 잡고 싶다. 형은 내게 안타를 치면 '공이 맛있다. 침 흘리면서 쳤다'고 말하면서 놀릴 것 같다"며 "이걸 당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4타수 1안타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 위즈 황재균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수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KT 위즈 황재균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26일 드디어 KT와 한화가 만났다. 황재균은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엄상백은 이날 등판하지 않아 맞대결은 불발됐다. 경기 종료 후 황재균에게 엄상백의 인터뷰를 봤는지 물었다.
황재균은 "안 그래도 (엄)상백이에게 '인터뷰 이상하게 했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상백이가 '형한텐 진짜 전력으로 던질 거야'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나도 '너는 나한테 딱 한 개만 맞아봐. 그날은 핸드폰 꺼라'라고 해줬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침 흘린다'는 표현에 관해서는 "지난해 상백이가 홈런을 많이 맞았다(26개). 그래서 장난으로 '야 상백이 진짜 맛있게 던진다. 타자가 침을 계속 흘리고 있는데 어떡하면 좋니?'라고 놀렸다. 그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난 당연히 상백이에게 질 생각이 없다. 안타 하나 치는 순간 계속 전화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엄상백이 인터뷰하는 황재균의 뒤로 지나갔다. 황재균은 "오우 쎄리(엄상백 별명)~"라며 인사했고, 엄상백은 "레프트(좌익수) 안 어울리던데요"라고 화답했다. 2025시즌 멀티 포지션을 준비 중인 황재균은 이날 경기서 유격수와 좌익수를 소화했다. 황재균은 "조심해라. 진짜 홈런 맞는 순간 넌 핸드폰 꺼라"라며 선전 포고했다.

한화 이글스 엄상백이 지난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에 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한화 이글스 엄상백이 지난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에 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야구 이야기에 황재균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KT의 주전 3루수였던 그는 비시즌 허경민(전 두산 베어스)이 KT로 FA 이적하며 새 포지션을 찾아 나섰다. 3루수로도 출전 가능하지만 유격수, 좌익수 등을 폭넓게 시도해 보고 있다.
황재균은 "수비 위치는 계속 유동적으로 바뀔 듯하다. 내가 적응해야 한다"며 "이번 경기에선 외야에서 홈까지 공을 던졌을 때 생각보다 멀어 깜짝 놀랐다. 공이 안 가더라. 아직 감이 없는 것 같아 더 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글러브를 여러 개 챙겨 다닌다. 황재균은 "내야와 외야 글러브가 다르다. 내야에서도 3루수는 조금 큰 글러브를 쓰지만 2루수와 유격수는 공을 빨리 빼내야 해 비교적 작은 것을 쓴다. 지금은 총 4개를 들고 다닌다"고 부연했다.
이어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왔다. 캠프 시작 전까지 체중 13kg을 뺐고 그 상태 그대로 유지 중이다"며 "체계적으로 살을 잘 뺀 것 같다. 체력 문제는 시즌 때 관리를 잘하면 될 듯하다. 나도 경기에 계속 나가는 게 좋으니 더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남은 캠프 기간 목표는 무엇일까. 황재균은 "다치지 않는 게 첫 번째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포지션 변화에 몸이 익숙해지도록 만들고자 한다"며 "타격은 1차 호주 캠프 때부터 쭉 잘 이뤄지고 있다. 코치님들도 최근 몇 년 중 제일 좋다고 하셨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위즈 황재균이 지난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일본 오키나와,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