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KK' 롯데 박세웅의 깨달음…"내가 어떤 투수인지 다시 생각했다" [부산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세 번째 도전 만에 2024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실투 하나를 제외하면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면서 팀의 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박세웅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 롯데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박세웅은 이날 최고구속 148km를 찍은 직구와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총 103개의 공을 뿌렸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0% 가깝게 형성되면서 공격적인 피칭이 이뤄졌다.

박세웅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앞선 등판(3월 30일 NC전)에서 안 좋은 부분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컸는데 오늘 게임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컨디션 관리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시즌 첫승을 따내고 팀도 연패를 끊어서 기쁜 마음이 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세웅은 게임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을 1루 땅볼, 허경민을 3루 땅볼로 처리하고 쉽게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렸다. 2사 후 양의지에 좌전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박세웅은 2회초 괴력을 뽐냈다. 선두타자 양석환, 전날 멀티 히트를 쳐냈던 강승호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후 김인태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KKK' 이닝을 만들었다.  

박세웅은 3회초 선두타자 박준영을 중전 안타로 1루에 내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조수행을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누상에 주자를 없애고 아웃 카운트 2개를 챙겼다. 2사 후 정수빈의 안타 출루 후 2루 도루 허용으로 맞은 2사 2루 실점 위기에서도 허경민을 3루 땅볼로 잡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4회초에도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양의지의 볼넷 출루 후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어놨다. 

롯데 타선도 박세웅에 힘을 실어줬다. 3회말 레이예스의 선제 2타점 적시타, 전준우와 이정훈의 1타점 2루타로 4-0의 리드를 박세웅에 안겨줬다.

박세웅은 타선의 득점 지원에 화답했다. 5회초 선두타자 강승호를 내야 땅볼, 김인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5회초 2사 후 박준영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는 일격을 당했지만 조수행을 삼진 처리하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박세웅은 롯데 타선이 5회말 전준우의 1타점 적시타, 상대 폭투로 얻은 추가점으로 6-1로 점수 차를 벌려주자 더 힘을 냈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허경민-양의지를 범타 처리하고 김재환에 또 한 번 삼진을 뺏어냈다. 

박세웅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양석환을 우익수 뜬공, 강승호와 김인태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세웅이 이닝을 끝내고 1루 쪽 롯데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롯데팬들은 박세웅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멋진 투구를 펼친 '안경 에이스'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박세웅은 지난달 24일 인천에서 SSG 랜더스를 상대로 2024 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세웅은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30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 패전의 쓴맛을 봤다. 3⅓이닝 9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8실점(5자책)으로 난조를 보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세웅은 6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앞선 등판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멋진 투구로 자신의 시즌 첫승을 퀄리티 스타트+로 장식했다.  



롯데도 최근 2연패로 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박세웅의 호투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오는 7일 시즌 첫 연승과 위닝 시리즈를 겨냥하게 됐다.  

박세웅은 "나는 제구로 타자를 잡는 게 아니라 구위로 잡는 유형의 투수라는 걸 다시 한 번 되뇌면서 투구했다"며 "지난 경기 때는 너무 컨트롤로 아웃 카운트를 잡으려던 게 투구수가 늘어나는 등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팀이 2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마운드에서 최대한 발휘해서 롯데 승리에 기여하고 싶었다"며 "박준영 선수에게 허용한 홈런도 실투는 아니었다. 상대 타자가 잘 친 공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음 대결 때 잡아낼 수 있도록 연구하려고 한다"고 복기했다.

7회초 등판의 경우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의 의사 타진도 있었지만 박세웅 스스로 욕심을 냈다. 팀 불펜이 최근 강행군을 치르면서 등판이 잦았던 탓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박세웅은 "주형광 코치님께서 6회초가 끝난 뒤 1이닝 더 던질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는데 나 역시 내가 7회초에도 던지면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던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선발투수로서 동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7회초에도 등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