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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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베테랑…아직 찾아오지 않은 봄날

기사입력 2011.05.03 08:50 / 기사수정 2011.05.03 08:50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그들에게 아직 봄날은 찾아오지 않았다.

개막 한 달이 지났다. 순위 싸움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각팀 베테랑 대부분이 부진하거나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있다.

어느 정도 이길래

3일 현재 주요 개인 기록 상위권에서 베테랑들의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 로페즈(KIA) 나이트(넥센) 카도쿠라(삼성) 등 외국인 투수와 타점 6위에 올라 있는 두산 김동주(18개)외에 주요 투타 부문별 제도권 순위 내에 들어 있는 베테랑이 없다. 그나마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한화 장성호(타율 0.391) LG 이병규(0.354)가 분전 중이다.

현재 8개 구단 베테랑들은 대부분 주전과 백업의 경계선에 있거나 2군, 재활군으로 밀려났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됐던 세대교체가 올 시즌 초반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화 신경현(타율 0.146) 넥센 이숭용(0.250) 송지만(0.216) SK 박재홍(0.147) 등이 비교적 꾸준히 출장하고 있으나 시즌 출발은 영 좋지 않다.

심지어 박진만 최동수(SK) 이종범(KIA) 등은 완전히 백업으로 밀려났고 김원형(SK)  최향남(롯데) 경헌호(LG) 등은 아예 1군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박경완(SK)과 진갑용(삼성)의 경우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다면 1군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고 이대진(KIA)은 최근 김희걸의 부진으로 겨우 1군 등록됐다.

베테랑과 팀내 역학관계

베테랑들이 시즌 초반 부진, 부상 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즌 초반에는 베테랑들보다 젊은 선수들의 힘이 펄펄 넘친다. 대부분 베테랑은 스프링캠프서부터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엄청난 강훈을 소화했고 시즌 초반부터 각 팀들은 전쟁과도 같은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피로 회복이 늦고 잔부상이 있는 베테랑들은 슬로 스타터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 팀 코칭스태프들도 어지간하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 젊은 선수들이 쑥쑥 성장한 두산 삼성 등이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베테랑들의 관록을 중시하는 SK 김성근 감독마저 올 시즌에는 임훈 최윤석 등 젊은 선수를 중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총력전을 다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부진한 베테랑들에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줄 여유란 없다. 당연히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필요하다 

최근 SBS ESPN 양준혁 해설위원은 "장성호가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박경완 이종범 등도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해야 한다.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돼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베테랑 선수들을 응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베테랑은 베테랑 나름의 커리어와 노하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총알 없는 전쟁터인 그라운드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베테랑의 존재는 꼭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타율 0.220 이종범의 각종 기록은 전성기 시절에 비해 볼품없지만 진루타를 곧잘 쳐주고 벤치에서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 등 선수단 전체의 구심점이 된다.

또한, 주전들의 힘이 종종 떨어지는 한여름에는 컨디션을 끌어올린 베테랑들의 활약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급속한 세대교체는 가재와 구럭 모두 놓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팀들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게 좋다.

물론 베테랑들도 젊은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서 이길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게 필수다. 실력 없는 베테랑은 팀 내 골칫거리일 뿐이다. 과연 고개 숙인 베테랑들의 진정한 봄날은 언제 찾아올까.
 
[사진=이종범 이대진 최향남 이숭용 송지만 박재홍 경헌호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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