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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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저 울렸는데 '돌아가'…말보다 강한 최태웅표 침묵

기사입력 2022.01.12 05:05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안산, 김현세 기자) "선수들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현대캐피탈은 1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 원정 경기에서 2세트를 쉽게 내 줬다. 8-11로 지고 있던 당시에는 5연속 실점했다. 테크니컬 타임 아웃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코트 위에 있던 선수들은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최태웅 감독은 코트 밖으로 나오려던 선수들에게 나오지 말라는 신호를 줬다. 그는 다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김요한 해설위원은 "최태웅 감독이 화가 많이 나 보인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 선수들이 석진욱 감독을 둘러싼 30초 동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다시 코트 위로 올라가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를 했다.

2세트에는 다시 따라잡기에 벌어져 있던 점수 차가 컸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스코어 0-2로 셧아웃당할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접전 끝에 3세트에서 기사회생한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최민호, 박경민 등의 활약을 앞세워 4, 5세트까지 잡아냈다. 5세트에는 15-15까지 가는 듀스 끝에 허수봉이 매치 포인트를 만들고, 전광인이 서브 에이스로 승부를 매조졌다.

경기가 끝나고 최 감독은 앞선 2세트 타임 아웃 때 선수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다독여야 할 때도 있는데, 그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또 우리 선수들이 대체로 어리다 보니 너무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는 화를 낼 것만 같았다"며 "선수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선수들도 최 감독의 뜻을 바로 알았다. 허수봉은 "감독님께서는 '아무리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선수 본인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고 강조하신다. 그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코트 안에서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셨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경민은 "감독님께서 또 3세트에는 일부러 작전 타임을 부르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힘으로 이겨내 보라는 의미였다"고 이야기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묵언 속에서도 어떤 말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날 졌더라면 하위권 추락도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이날 극적인 역전승으로 승점 2점을 추가했다. 올 시즌 29점으로 4위인 한국전력을 2점 차로 따라잡았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최 감독은 자신의 묵언이 통했던 역전승을 돌아보며 "이놈들 처음부터 잘하지 왜 후반부터 잘해갖고 힘들게 하느냐"며 웃었다.

사진=안산, 고아라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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