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들것에 실려 가면서도 '괜찮다'며 손짓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양 팀 모두 적잖게 당황했지만, 오히려 당사자는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상대 선수를 끝까지 챙기며 경기장을 떠났다.
삼성 라이온즈 김대우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7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4회 말 투수 강습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타구에 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김대우는 잠실야구장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가 들어오자마자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했다.
들것에 실려 있던 김대우는 강습 타구를 친 두산 베어스 박건우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구급차에 올라 탔다. 박건우는 강습 타구를 친 뒤 김대우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1루 베이스를 밟자마자 황급히 돌아와 마운드로 향했고, 김대우가 구급차에 실려 이동할 때까지 사과의 뜻을 보였다.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박건우뿐 아니라 양 팀 관중석에서도 김대우를 향한 응원을 보냈다.
김대우는 이날 3회 말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4회 말 김대우를 대신해 올라온 이재익이 승계 주자를 불러들이면서 1실점하게 됐지만, 김대우의 이번 등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삼성에게 주는 의미가 있었다. 올 시즌 벤 라이블리의 부상 이탈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공백을 메워야 했던 삼성은 불펜 과부하를 줄이면서도 긴 이닝을 책임질 투수가 필요했는데, 적임자가 김대우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허삼영 감독은 "김대우는 내게 항상 고마운 선수다. 이닝 소화며 힘든 부분이 많다. 선발로도 나갔다가 불펜으로도 나가는 불규칙한 일정이다. 본인은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내게 이야기해 주니 감독으로서는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김대우는 이날까지 시즌 16경기(선발 3경기)에서는 주로 구원 등판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 투입돼 삼성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왔다.
이날에는 또 한번의 불운이 있었다. 김대우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산 유재유도 투구 도중 강습 타구에 맞고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다. 5회 초 1사 2루에서 이날 선발 투수 박정수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유재유는 계속되는 2사 1, 2루에서 김지찬의 투수 강습 타구에 얼굴 오른쪽 측면을 맞고 쓰러졌다. 유재유는 강습 타구를 막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가락과 관자놀이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때에도 강습 타구를 친 김지찬이 마운드로 향해 유재유를 끝까지 걱정했다. 3루 원정 관중석에서도 상대 팀 투수인 유재유를 향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곧바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된 유재유는 입원 후 상태를 지켜 볼 예정이다. 한편, 김대우는 병원 소견상 천만다행으로 골절은 피했지만 "내일까지 상태를 지켜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삼성 관계자가 밝혔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