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06:20
사회

[함께 나눠요] 몸 아픈 게 죄…말기암 아빠의 눈물

기사입력 2010.08.02 23:10 / 기사수정 2011.06.30 01:44

엑스포츠뉴스 기자

전주에 있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 서희(가명, 17세)는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네 아이의 아버지 전병무(가명, 53세)씨는 2005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이미 폐에서 뇌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암 덩어리가 뇌신경을 눌러 팔다리가 자주 쑤셨지만, 평소 일을 많이 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게 화근이었다.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환자는 물론 곁에 선 아이까지 지쳐보였다.

  

7번의 뇌수술, 병원에서는 환자가 두 달을 못 버틸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병무씨는 5년째 항암치료를 받으며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지 않겠다는 정신력이 있어 가능했다.

건실하게 중장비사업을 하던 전병무씨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조금씩 사업과 집을 정리했고, 이제 남은 건 네 아이가 전부이다.

엄마 없는 아이들 생각해 이 악물어

전병무씨 아내는 10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 남매에게 엄마가 하늘로 떠나간 ‘어린이 날’은 가장 슬프고 쓸쓸한 날이 되었다.

전병무씨의 암말기 사정을 안 지인이 아이들에게 머물 방 한 칸을 내주었고, 환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 막내가 초등학교 졸업하는 모습을 꼭 보겠다고 이를 악물며 60번의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있다.

 

지방 떠돌며 굶기도

큰 수술로 몸과 마음에 절대 안정이 필요했지만,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는 전병무씨는 무작정 지방을 떠돌았다.

"아이들만이라도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 있잖아요. 그걸 위안 삼아 통증을 참았습니다."

엄마의 빈자리로 혼란스러울 아이들에게 병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안해 전화로는 아이들에게 지방에서 요양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전병무씨는 허기진 배로 남의 집 헛간에서 잠을 청하고, 운이 좋으면 알고 지내던 사람 집에서 며칠씩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병세가 악화되면 119에 실려 병원으로 왔다.

지난 3월 전병무씨는 중환자실에서 3일간 의식을 잃고 지냈다. 뇌수종이 신경을 건드려 습관적으로 하반신 마비가 왔고, 결국 둘째 서희가 학교를 결석하고 간병을 했다.

  
나는 아이들 외롭게 하는 죄 많은 사람

1년 중 8개월간을 병원에서 지내는 전병무씨는 아직 부모 손길이 필요한 자식들에게 큰 힘이 못 되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했다. 누구보다 둘째딸 서희의 희생이 미안해 자주 눈물을 훔친다. 고3 언니와 동생들의 식사는 물론 숙제와 준비물을 척척 챙겨주는 소녀 가장 서희.

“병실에 누워있으면 속이 탑니다. 제가 빨리 퇴원해야 아이들 입에 밥 한 수저라도 더 들어가요. 의사 선생님, 오늘 퇴원 좀 시켜주세요.”

수술경과를 더 지켜보자는 의사에게 전병무씨는 당장 퇴원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큰 수술과 입원, 수입 항생제 등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항목이 걱정이 돼서다. 다섯 가족이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은 모두 90만 원. 현재 400만 원이 넘는 병원비와 한창 성장 중인 아이들의 생활비, 교육비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암환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병원비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오랜 병원생활로 사 남매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표정이 많이 어두워 보였다.

집중적으로 학습이 지원될 경우 병원과 학교, 집을 왕래하느라 수업에 뒤처진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 주변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소녀 가장 서희의 어두운 얼굴이 환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후! 나누리]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 서희 (전북 전주)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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