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21:58
사회

[함께 나눠요] 무허가 주택…개울물에 소변 보는 아이들

기사입력 2010.07.02 20:32 / 기사수정 2011.06.30 01:45

엑스포츠뉴스 기자



부산 연산동에 도착해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 연아(가명, 8세)와 선화(가명, 5살)를 만났다. 연아는 4살 때부터 젖먹이 동생 선화와 함께 할머니에게 맡겨 무허가 주택에 들어와 살고 있다.

이날 아이들은 재해로 지반이 내려앉은 마당에서, 빗물에 휩쓸려 내려온 파라솔을 펴고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 박둘선(가명, 56세)씨는 수입 없이 두 아이를 도맡아 키우느라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작년 기습 폭우가 쏟아져 큰 산사태가 있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 개울 위 다리가 무너지고 집 일부가 잠겼지요. 우리는 대피반 도움으로 도로 난간에서 내려보낸 사다리에 의지해 집이 침수되기 직전에 탈출했어요."

극적으로 물난리에서 탈출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재민 신세. 세 가족이 다시 무허가 집에 복귀했을 때, 침수되었던 집은 대부분의 가재도구가 유실된 상태였다. 옹벽이나 제반시설이 없어 주변 집들보다 피해가 컸다.

집은 현재 철저하게 고립되어 화장실 사용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수도 시설도 유실된 상태다. 지반이 심하게 내려앉은 부엌방 쪽은 너무 위험해서 얼씬도 하지 못한다. 집 안에는 후원받은 중고 세탁기와 텔레비전을 빼고 작동이 되는 가전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유독 큰아이가 손가락을 빨며 할머니 주변에서 맴돌았다.



버림받은 상처, 얼러줄 사람이 없어

연아는 또래보다 내성적이고 손톱과 발톱을 심하게 물어뜯는 증상을 보여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지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크다네요. 할미가 눈에서 안 보이면 불안증세를 심하게 보여요. 학교 정문만 가면 배가 아프다고 되돌아와서 처음엔 학교에 적응시키느라 힘들었어요. 저 어린 걸 진심으로 다독여줄 피붙이라곤 이 할미와 선화가 전부예요."

두 아이는 평소 약속이나 한듯 엄마 아빠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할머니를 가운데 눕히고 요일을 두고 서로 자기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한다는 연아와 선화의 장래 희망은 간호사. 디스크는 물론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가장 먼저 치료받게 해주겠다고 한다. 밤마다 관절염과 천식으로 끙끙 앓으며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자다가 일어나 눈을 비비며 다리를 주무르는 속 깊은 아이들.

"할머니, 아프지마. 우리 버리지마."



품팔이하던 된장 항아리도 떠내려가

무허가 주택이라 수돗물 대신 산에 고인 물을 호스로 끌어다가 빨래하고 아이들 씻기는데 사용한다. 최근 산사태 보수를 하느라 물은 뿌연 흙탕물 상태였다.

"할 수 없이 물을 팔팔 끓여서 식수로 사용합니다. 그래도 무슨 복인지 고마운 분들이 저녁마다 사랑의 도시락을 보내주셔서 아이들과 한자리에서 끼니를 해결하지요. 이대로만 살 수 있으면 무슨 걱정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금방 고학년 되고, 몸이 약해서 유독 잔병치레도 심해요. 앞으로 큰돈들 일만 있는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건사하나 싶어 밤에 잠도 안 와요."

할머니는 5년 전, 버려진 두 손녀를 안고 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무허가 집으로 찾아들었다. 수중에 있던 돈으로 허물어져 가는 집을 수리하고 물불 가리지 않고 품팔이를 해서 젖먹이 분유 값을 충당했다. 다행이 손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마당에 항아리를 두고 고추장과 된장, 김치를 담가 부지런하게 손을 놀려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된 노동으로 가뜩이나 약한 관절과 허리 디스크가 심해졌고, 지금은 소소한 가재도구마저 수마가 할퀴고 가 수중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한숨과 눈물로 짓무른 할머니의 눈은 내내 두 손녀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현재 아이들은 개울물에 소변을 보고, 대변은 이웃집이나 학교에 가서 해결을 하고 있다.

"세상이 흉흉하니 옹벽 하나 없이 외부에 개방된 집에서 어린 손녀들 건사하는 일이 부쩍 신경 쓰여요. 우리 애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고장 난 몸이라도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세 가족이 의지하며 지낼 수 있도록 집 둘레에 옹벽이 설치되고 화장실, 상수도가 들어오면 좋겠다는 것이 할머니와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야후! 나누리]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 박둘선씨 가족(부산 광역)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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