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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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한' 스포츠의 매력을 알려준 나이지리아 전

기사입력 2010.06.23 19:47 / 기사수정 2010.06.23 19:47

엑스포츠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 스포츠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시간제한 스포츠와 비시간제한 스포츠로 나뉜다. 비시간제한 스포츠는 말 그래도 경기종료 요건이 시간이 아닌 것을 뜻한다. 야구처럼 판정이 그 요건일 수도 있고, 배구처럼 점수가 그 요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시간에 의해서 끝나지 않고 항상 역전의 가능성을 남겨 놓는다.
 
이에 비해 시간제한 스포츠는 말 그대로 경기종료 요건이 시간이라는 경기이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경기는 끝나게 되는데, 축구, 아이스하키, 농구 등이 이런 스포츠에 속한다. 이런 부류의 스포츠는 공격의 기회를 동등하게 분배하지 않는다. 때문에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역전의 가능성이 아주 적다.
 
하지만, 이런 적은 역전의 가능성이 역전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모두가 시간이 다 되었다고 포기할 때에 득점이 날 수 있기 때문이고, 이 골이 역전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역전골을 허용할 수도 있기에 팬들은 마음을 졸일 수도 있다.


 
축구는 시간제한의 스포츠이다. 때문에 가끔 기적의 사건이 벌어진다.

2004/05년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는 리버풀이 전반에 3골을 내주며 패배를 확정짓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에 3골을 만회하며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전력이 있다. 유로 2008에선 터키가 체코를 종료 15분을 남겨두고 3골을 넣어 역전승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07년 K-리그에서 인천이 전남을 상대로 종료 5분 직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은 적이 있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 전에서 설기현이 종료 직전에 넣은 짜릿한 동점골도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이렇게 경기 마지막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을 못 하기에 시간제한 스포츠의 매력은 남다른 면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면을 또 한 번 알려준 경기가 한국과 나이지리아 전이었다.


 
한국은 이 날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허용한다. 당시 경우의 수에서 한국이 패배하면 16강 진출은 무조건 실패였다. 또한, 지지 않더라도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그리스가 우리보다 성적이 좋으면 16강 진출은 실패였다.
 
이렇게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는 한국에 좋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제골을 내주기는 했으나 전반에 이정수 선수가 동점골을 만들었고, 후반에는 박주영 선수가 역전골까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0으로 이기고 있었으니 한국의 16강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후반 24분에 김남일에 반칙에 이은 PK를 나이지리아가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이 되었다. 점수는 2;2. 이대로 끝나도 한국은 16강에 진출하지만 만에 하나 나이지리아가 재역전 골을 넣는다면 나이지리아가 16강을 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조개와 황새의 싸움에서 엉뚱하게 어부가 이익을 보는 어부지리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또한, 나이지리아는 골을 더 넣기 위해서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었다. 원래 앞서 가는 자보다 앞서 가려는 자가 더 의지가 강한 법이니 말이다.
 
특히 종료 10분을 남겨두고서 퍼붓는 나이지리아의 맹공은 그야말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장을 움츠러들게 했다. 1초가 10초 같았고 10분이 100분 같았다. 축구는 순간에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이기에 이런 시간의 상대성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마음은 후반 44분에 극단으로 치달았다. 종료 1분 전 오빈나의 슛이 옆 그물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만약 10cm라도 안쪽으로 향하는 공이었으면 그것은 바로 곳이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한국으로서는 '1분의 기적'의 희생양이 됐을 것이고, 나이지리아는 '1분의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 추가 시간은 3분이 주어졌다. 그리스의 패배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3분을 지킨다면 16강은 한국의 것이었고, 3분을 못 지키면 16강은 나이지리아의 것이었다. 10대 군가 중 하나의 '최후의 5분'이 '최후의 3분'으로 불리는 순간이었다.
 
3년보다도 더 길게 느껴지는 3분 한국은 기를 쓰며 나이지리아를 막아냈고, 16강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후반 24분부터 종료까지 한국의 응원단은 축구라는 시간제한 스포츠의 특성을 제대로 맛봤다.

단 하나의 기적을 막아야 했던 한국과 단 하나의 기적을 일으켜야 했던 나이지리아. 그러나 결과는 이미 확정되었다. 지난 시간 가슴을 졸이며 16강을 기원했던 축구팬들은 지금 너무나 아슬아슬했던 경기였다며 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혹자는 그냥 맘 편하게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때로는 이런 경기도 있어야 더 즐거운 법이다. 도리어 이런 경기가 그 스포츠의 매력을 잘 알려주는 법이다. 한국의 축구팬들 역시 이 한국과 나이지리아 전의 경기로 그 매력을 잘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이 매력은 좋은 경기 결과하고만 함께한다는 것이 옥에 티이지만 말이다.

[글] 김인수

[사진] (C)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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