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던 도미니카 공화국 투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부터 일을 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6 MLB 홈 개막전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지난해 개막전 2연패를 끊어냈던 필라델피아는 다시 2연승을 기록하게 됐다. 반면 텍사스는 개막전 2연패를 이어가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1회부터 선취점을 올렸다. 선두타자 트레이 터너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2번 카일 슈와버가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발디의 바깥쪽 변화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폭발해 2-0 리드를 잡았다.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경기는 5회 다시 달아올랐다. 저스틴 크로포드와 터너의 연속 안타로 1, 2루가 된 가운데, 이번에는 4번 알렉 봄이 2사 후 우월 스리런 홈런을 터트린 것이다. 결국 5점 차로 벌어지자 텍사스는 선발 이발디를 내려야 했다.
타선이 힘을 내는 가운데, 마운드에서는 선발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빛나는 투구를 펼쳤다.
1회 시작 후 땅볼 2개로 2아웃을 잡은 산체스는 코리 시거와 제이크 버거의 연속 안타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앤드류 맥커친에게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헛스윙 삼진을 유도, 이닝의 문을 닫았다.
이후 산체스는 큰 위기 없이 순항했다. 2회와 3회에는 각각 2명의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4회에는 2사 후 맥커친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역시 실점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 지었다.
5회 팀이 3점을 더 올려주자 산체스의 피칭도 불타올랐다. 그는 6회 브랜든 니모와 와이엇 랭포드, 그리고 시거까지 3타자를 모두 삼진을 잡아내며 'KKK 이닝'을 만들었다. 주무기인 싱커와 함께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많이 던지지 않는 체인지업까지 결정구로 사용했다.
산체스는 이날 6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승리투수가 됐다. 미국 스포츠 통계업체인 '스탯츠'에 따르면 1901년 이후 개막전에서 10탈삼진 이상, 무사사구, 무실점, 3피안타 이하로 승리투수가 된 건 산체스가 최초라고 한다.
이날 산체스는 싱커 45구, 체인지업 27구, 슬라이더 15구를 던졌다. 싱커 평균 구속은 94.4마일로, 지난 시즌(95.4마일)보다 1마일 정도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뛰어난 무브먼트로 텍사스 타자들을 요리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산체스는 198cm, 90kg의 신체 조건을 지니고 있다. 2021년 빅리그 데뷔 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전력이 된 그는 그해 19경기(18선발)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이듬해에는 11승 9패 평균자책점 3.32로 첫 올스타에 선발됐다.
지난해 산체스는 완전히 알을 깨고 나왔다. 32경기에서 202이닝을 소화한 그는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 212탈삼진을 기록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8.0으로 리그 1위였다. 이런 활약 속에 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폴 스킨스에 이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산체스는 올해 WBC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제대로 임팩트를 남겼다. 그는 한국과 8강전에 도미니카 공화국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4회 안현민에게 2루타를 맞기는 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위기라고 할 상황도 없었다.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은 산체스의 활약 속에 도미니카 공화국은 10-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활약 속에 산체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1억 700만 달러(약 1612억원)의 새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2033년 구단 옵션이 추가된 형태다.
사진=연합뉴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