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고국으로 돌아온 축구 영웅을 위해 예고도 없이 새로운 우승 트로피를 만들어 특정 팀에 수여하고, 상대에게는 '가드 오브 아너'를 강요하며 이에 항의하는 이들에게 징계를 주는 일이 벌어졌다.
막장 행정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와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앙헬 디마리아 얘기다.
글로벌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27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1부리그의 기묘한 세계. 갑작스레 만들어진 '가짜 우승 트로피'와 거센 역풍"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벌어진 촌극을 자세히 조명했다.
사건은 지난 주말 디마리아 소속팀 로사리오 센트랄과 에스투디안테스의 경기에서 터졌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경기 며칠 전, 갑작스럽게 '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신설해 로사리오 센트랄에 수여했다.
이번 시즌 아페르투라(전기리그)와 클라우수라(후기리그) 모두 우승하지 못했던 로사리오가 '통합 승점 1위'라는 이유로 챔피언이 된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경우 동·서부 콘퍼런스 통합 승점 1위 팀에게 '서포터스 실드'를 수여하긴 하지만 리그 챔피언 자격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아르헨티나 리그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우승 제도가 전혀 없었다. 로사리오는 리그는 물론 FA컵 대회에서도 일찍 탈락한 팀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로사리오 선수단을 협회 본부로 불러들여 우승 트로피를 수여했고, 선수단은 우승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더욱 황당한 건 아르헨티나축구협회가 에스투디안테스에게 경기 시작 전 '가드 오브 아너'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발한 에스투디안테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박수를 치는 대신 로사리오 선수들을 향해 등을 돌리는 퍼포먼스로 항의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클라우디오 타피아 회장의 정치적인 쇼라는 비판이 거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타피아 회장은 최근 1부리그 팀을 30개로 늘리는 등 독단적인 리그 개편을 강행했다.
이번 사건 역시 타피아 회장이 자신의 입지를 강호하고자 디마리아의 명성을 이용한 쇼라는 게 아르헨티나 축구계의 비판이다.
아르헨티나 레전드 미드필더로 에스투디안테스 회장이자 타피아의 강력한 반대파인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은 SNS를 통해 타피아 회장의 행태를 강력 규탄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오히려 가드 오브 아너를 거부한 에스투디안테스 선수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베론 회장의 징계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로 규정 문서를 들이밀었는데, 해당 문서가 경기 전날 급히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지는 등 촌극이 빚어졌다.
한편, 디마리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가 원한 게 아니다. 위에서 결정한 일이고, 우리는 그대로 수용했을 뿐"이라며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38년 만의 통합 1위는 우리에게 우승과 같다. 그래서 중요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사진=로사리오, 디애슬레틱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