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캡틴' 채은성이 뜨겁고도 아쉬웠던 한화의 포스트시즌을 돌아봤다.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4로 패했다. 잠실에서 2연패 후 3차전을 잡았던 한화였지만 4차전 4-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고, 이날 패배로 길었던 2025시즌을 마감했다.
끝은 아쉬웠지만 한화는 분명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던 한화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LG와 1위 경쟁을 벌이다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플레이오프에서는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5차전 혈투 끝에 삼성을 누르고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다만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2009년 LG의 신고선수(육성선수)로 입단했던 채은성은 포스트시즌 경험은 많지만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학창시절 포함 인생에서 결승전을 치러본 적이 없다"고 표현했던 채은성의 첫 결승전이었다. 비록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채은성은 "초반만 하더라도 평가가 하위권이었는데, 그런 걸 잘 이겨내고 한국시리즈까지 왔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험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음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채은성과의 일문일답.
-길고도 짧았던 포스트시즌을 끝낸 소감은.
▲플레이오프부터 지금까지 참 별일이 다 있었다. 한 시즌이 드라마틱했다고 해야 하나, 1년을 돌아보면 그런 기분이 많이 든다. 마지막이 조금 많이 아쉽긴 한데 그래도 좋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과의 미팅에서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한 시즌 고생했고, 선수들 잘했다고 하시고 이제 또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잘해보자는 얘기를 해주셨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까.
▲엄청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해 본 선수들이 많은 편인데, 나 역시 LG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을 했었다. 단기전을 할 때의 집중도는 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총 10경기를 했는데 체력이 떨어진 게 아쉬울 것 같다.
▲한 경기 데미지 자체가 정규시즌과는 다르긴 하다. 또 우리 경기가 쉽게 풀린 경기가 많이 없고 어렵게 가는 경기들이 많았다. 그 부분에서는 힘들긴 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못했으니까 진 거다.
-경기 중간 선수단을 모아 얘기하는 장면도 잡혔었는데. 어떤 얘기를 했나.
▲우리가 이겨서 올라가더라도 홈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더라. 그래서 대전에서 하는 마지막 홈 경기니까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없이, 시원하게 공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말 자랑스럽다.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초반만 하더라도 평가가 하위권이었는데, 그런 걸 잘 이겨내고 한국시리즈까지 왔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면.
▲일단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도 처음 경험한 거기 때문에 좋고, 초반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았을 때도 기억이 난다.
-안 좋았을 때가 기억이 나는 이유는.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앞이 안 보였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감독님이나 코치님께서 선수들을 많이 붙잡아주셨다. 고생을 많이 하셨다. 또 선수들도 같이 힘내서 그 어려운 분위기를 이겨내고 연승을 하면서 상위권으로 달려갔던 게 생각이 난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도 되겠지만 상처가 남을 수도 있을 텐데.
▲아까 선수들에게도 얘기했지만 나는 상처라고 생각하기보다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 경험이고, 언젠가는 같은 상황이 올 텐데, 단순히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걸 채우고, 다음에 또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LG는 워낙 강팀이고, 또 많은 경험이 있는 팀이다. 우리가 붙어 보면 선수들도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서 다시 높은 데서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거다.
-정규시즌부터 많이 찾아주신 팬들에게 한마디.
▲너무 감사드린다. 원정, 홈 관계없이 항상 많이 와주시는데 그 힘으로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와주셔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년에도 또 잘해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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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