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웨이브 오리지널, MBC 드라마 ‘트레이서’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어느 한 인물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며 완성도를 채웠다. 배우들의 호흡도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갔다.
“임시완 배우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뭐가 새로운 게 없을지 상대 배우와 논의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에요. 같이 하는 배우로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조세 5국 친구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배우들을 다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만나본 배우들은 선하고 성실하고 좋으셨어요. (고)아성 씨는 훌륭한 여배우분들이 많을 텐데 만나본 여배우 중 대화가 가장 잘 통하고 가치관이 비슷하고 정신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건강한 친구여서 너무 즐거웠죠.”
박용우가 맡은 오영은 조세 5국 과장으로 한때 조세국 에이스였지만 일을 안 하는 게 일이자 신념이 된 인물이다. 국세청에 굴러들어온 팀장 황동주(임시완 분)와 부딪히지만 황동주 덕분에 각성하고 조세 5국 국장이 됐다.
오영과 황동주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아군이 돼준 사이다. 박용우는 “사실 내가 하는 걸 봐서 그런지 몇 장면은 오글거리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쩔 수 없는 드라마적인 특성이 아닐까 해요. 그런 부분이 너무 없으면 드라마적인 미덕이 많이 빠진다는 생각도 들고요. 담백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임시완 씨와 이번에 많이 친해져서 형식적이지 않은 솔직한 표현을 좀 더 편하게 하지 않았나 해요. 그런 부분에서 더 담백해지고 솔직해지지 않았나 합니다.”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통쾌하게, 또 짜임새 있게 그렸다.
“국세청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낯선 분야여서 용어들이 어려웠어요. 단어부터 배우들이 그냥 외워서 앵무새처럼 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다 알아야 맥락에 맞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어려웠죠. 현장에서 용어들이 어려우니까 다들 대사 외우느라 공부하는 분위기였어요. 저만 놀았던 거 같아요.” (웃음)
등장인물이 많고 구성이 촘촘해 중간 유입이 쉽지는 않은 드라마였다. 세무, 회계 등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다루기도 했다. 시청자에게 잘 전달될까 하는 걱정, 부담이 많았단다. 그러면서도 볼수록 잘 만든 드라마라는 것이 박용우의 설명이다.
“선공개가 돼 여러 번 봤어요.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멋 부리려고 쓴 대사면 두 번째 보면 발각되거든요. 세 번 봤는데 보면 볼수록 인정할 수 있는 드라마는 ‘트레이서’가 유일하지 않을까 해요. 보면 볼수록 맛이 있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드라마에요.
감독님과 항상 노력했던 부분 중 하나가 대사를 쉽게 하자였어요. 대사가 길어지거나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운율을 타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운율로 외웠기 때문에 중간에 새롭게 애드리브를 넣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계속 거르려고 했어요. 등장 횟수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은 과도하게 친절한 느낌이 들더라도 호칭을 반복해서 넣자고도 하고요. 너무 이상하면 편집에서 해결하자고 많이 상의했어요. 용어도 일상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했고요. 디테일한 조정을 신마다 했어요. 시청자분들이 쉽게 봐주셨으면 다행이에요.”
조세 5국 국장으로 선출된 오영은 황동주와 손잡고 전의를 불태우며 나쁜 돈을 추적했다.
“‘침묵하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난다. 돈 있는 자들은 국세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평생 고개 숙여줄 거로 생각한 상대가 하나둘씩 뭘 따져 묻기 시작하는 거다.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고 눈 감으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감독님이 이 대사 때문에 ‘트레이서’를 하기로 했다고 말씀하더라고요.”
황동주가 오영의 각성을 이끈 것처럼 박용우에게도 변화를 이끌어준 존재가 있을까. “나 자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구든 자기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가능하지 않아요. 나쁜 일이건 나쁜 사람이건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배울 점이 있고요. 좋은 사람이어도, 제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라고 생각해요.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연기 인생이 기대돼요. 예전에는 역할 때문에 변화하길 바랐다면 이제는 어떤 역할을 맡은 제가 그 상황에 들어간 거로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수많은 모험을 겪을 텐데 그게 저이기 때문에 훨씬 흥분되고 즐거울 거 같아요.”
사진= 프레인TP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