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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후회 없는 지금 이 순간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30 21:05 / 기사수정 2015.10.06 00:08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유아인의 가을이 빠르게, 또 뜨겁게 흘러가고 있다.

8월 영화 '베테랑'에서 보여준 강렬했던 재벌 3세 조태오에 이어 지난 달 16일 개봉한 '사도'(감독 이준익)에서는 비운의 사도세자로 분했다. 5일부터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6개월 대장정도 막 닻을 올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50여 일 만에 유아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도'에 대한 호평에 "이제 조금씩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또 드릴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다행스런 마음을 살짝 내비치면서도, 그것에 취해 중심을 잃지 않으려 단단히 마음을 다잡던 그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사도', 내가 추구하고 걸어왔던 길의 정점"

'사도'는 개봉 17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하반기 기대작의 이름값을 해냈다.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단순히 관객 수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아닌 또 다른 의미에서 '사도'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뒤주에 갇혀 죽기까지 사도세자가 느꼈을 8일간의 감정의 흐름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표현해 낸 유아인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사도'를 "정말 기다렸던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목소리를 낮게 깐 비장한 음성으로 "12년간 준비해왔어요"라며 소리 내 웃은 그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조금씩 추구해왔고 걸어왔던 길의 정점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내 "물론 매 순간이 정점일 수 있겠지만, 그게 내 연기력의 정점이란 말은 아니다. 어쨌든 그만큼 계속 추구했고, 바라왔고, 그려왔던 연기고 작품이었다. 왜 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 행운이라고 여길만한 순간이 찾아오기 위해 괴로움과 절망, 힘든 시간들이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지난 해 유아인은 드라마 '밀회'와 '베테랑'을 동시에, '베테랑' 크랭크업 후 열흘 남짓이 흐른 뒤 곧바로 '사도' 촬영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유아인은 "정말 그때 확 찍었다"고 또 한 번 천진난만하게 웃은 뒤 "그건 사실 그 어떤 의식도 없었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작품 세 편이었다. 마음속으로는 '내 인생에 이렇게 일을 하는 시간이 오다니'란 생각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내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어마어마 하구나', '이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나' 깨달았던 순간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준익 감독의 배려로 '사도' 촬영 전 며칠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 유아인은 짧은 시간이나마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작품 속 사도세자에 녹아들어갔다. 이는 배우가 현장에 올 때는 대사를 외워오는 것이 아닌, 감정을 가져와야 한다는 이준익 감독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캐릭터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할 때는 원래의 것을 최대한 멀리하는 그이지만, 사도세자의 경우는 "좀 더 신선한 지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부를 좀 했다"고 설명하는 그였다.

'사도'를 본 이들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부자(父子), 신·구세대의 충돌, 또는 권력다툼 등 저마다의 다양한 해석으로 풀이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유아인은 "세 가지 모두를 전부 비등하게 봤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결국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본질적인, 좁혀지지 않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영조와 사이가 좋았던 어린 시절의 사도세자는 아역 배우가 연기하기에 유아인의 사도세자는 갈등부터 시작이 된다. 유아인은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사도세자의 감정선을 최대한 풍부하게 그려내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섬세하게 세공하려 했고, 그 어떤 작품보다 중간 중간 편집본도 많이 보며 애썼다"며 고민하고 또 행동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 "모든 건 내 자유의지…후회하는 작품 단 하나도 없어"

그 어떤 기교도 없이 우직하게 흘러가는 '사도' 속에서 사도세자의 말과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현실 속 유아인과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이 생긴다. 연기지만, 그 안에 정말 온전히 몰입해 진심으로 내뱉는 대사들도 존재한다.

인원왕후(김해숙 분)의 상을 치르던 도중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전가하려 하는 영조(송강호)의 질책에 "다 제 잘못입니다"라고 뛰쳐나가는 장면은 늘 참기만 했던 사도세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아인은 "모두 진짜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대사는 정말 내가 진짜 뱉은 대사 중에 하나다"라고 이 장면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내가 그렇게 살아서 그런가"라고 너털웃음을 지은 그는 "'내 탓이다, 내 탓이다' 생각하는 내 개인적인 성향도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 후반 사도세자가 과녁을 향해 겨누던 화살을 돌연 하늘로 멀리 쏴버린 후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이효제)에게 "허공으로 날아가는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라고 내뱉는 모습은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사도세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역시 유아인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유아인 역시 "배우로서 사도세자를 연기하면서 내 슬픔과 절망도 드러내고, 비극으로 표현해내면서 스스로도 많이 위로받고 풀어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온 힘을 쏟았던 '사도'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던 것은 지금까지 매 순간 생각의 큰 중심을 갖고 움직여왔던 그의 시간들이 반영된 결과이기에 가능했다.

그는 "독립영화를 한 편 밖에 안했지만, 그게 영화 데뷔작이어서 참 감사하다. 어떤 때는 또래 친구들이 부러워서 '완득이' 이후 청춘스타의 길을 만들어 보겠다고 '패션왕'같은 전략적인 선택도 했었다. 그러면서 결국은 절대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중심이 생겼던 것 같은데, 그런 이중성 속에서도 결국은 이 모든 게 내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행여나 하나 정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정말 나는 후회하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가 연기하는 것인데 내가 선택하지 누가 하겠나. 젊은 배우이다 보니 그런 물음을 많이 가지는데, 이 부분에서 그만큼 20대 배우들이 자유의지 없이 비춰지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 사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간다고 해서 그게 맞고 틀리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내 길을 온 것이고, 내가 온 길이 다른 길을 가는 친구들보다 더 잘 갔고 더 멋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며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며 그렇게 12년 동안 자신의 길을 만들어 온 그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에 '감사하다'는 말을 기분 좋게, 또 겸손하게 말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 '사도'는 어쩌면 늘 꾸준했던 유아인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매 순간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움직이고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의 유아인도 후회 없는 매 순간을 보내며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다시 한 번 드는 순간이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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