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우루과이 대표팀 프로젝트는 결국 씁쓸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대회 도중 선수단과의 심각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비엘사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내가 전하려던 것에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대표팀을 떠났다.
우루과이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1, 카보베르데와 2-2로 비긴 뒤 스페인에 0-1로 패하며 2무 1패(승점 2)에 그쳤다. 조 3위에 머문 우루과이는 조 3위 팀 가운데서도 최하위에 그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우루과이는 월드컵 통산 두 차례(1930년, 1950년) 우승을 차지했던 남미의 전통 강호이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탈락 과정이었다. 이미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선수단 내부에서 비엘사 감독의 지도 방식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는 현지 보도가 이어졌고, 결국 월드컵 종료와 함께 비엘사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1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비엘사 감독은 이날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비엘사는 여러 자료를 직접 준비해 참석해 월드컵을 돌아봤다.
그는 먼저 이번 이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별은 매우 고통스럽다"고 운을 뗀 뒤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당시 품었던 희망을 생각하면 이렇게 끝난 것이 더욱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선수들과 자신의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비엘사는 "내가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것은 아무도 내가 아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누군가가 내가 아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내가 안다. 내가 전달하려고 했던 어떤 것도 어느 수준에서도 중요하지 않았다"라며 "나는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아는 것을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걸로 끝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내가 전달하려던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데 조금의 의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불거졌던 선수단과의 갈등을 떠올리게 했다.
우루과이 현지 매체 '엘 에스펙타도르 데포르테스'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직전 선수단 핵심 인사들이 비엘사 감독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르히오 로체트, 마누엘 우가르테, 로드리고 벤탄쿠르,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비엘사 감독을 찾아 그의 훈련 방식과 경기 운영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선수들은 과도한 훈련량 때문에 일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더 이상 현재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엘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바꾸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선수단 전체를 다시 소집해 무려 48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고, 결국 선수들이 원하지 않았던 전술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표팀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 역시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 신의 뜻이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하며 내부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비엘사는 이번 대회에서 화제가 됐던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서도 직접 입장을 밝혔다.
비엘사는 FIFA 공식 사진 촬영 당시 고개를 숙인 채 무표정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에 대해 "사과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다"며 "나는 사진 포즈를 잘 취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스페인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빨리 하라"며 언성을 높였던 장면도 언급했다. 비엘사는 "중계권 계약 때문에 일정 수의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고통의 시간을 마치 행복한 시간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계속 기다리기만 했다. 나는 너무 큰 고통 속에 있었고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래서 충분히 예의 바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끝으로 비엘사는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명확하게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는지는 변명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비엘사는 "선수들을 관리한 내 방식은 충분하지 않았다. 나와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팬들을 향해서도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비엘사는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이 가장 큰 좌절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기록한 최종 성적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추락은 누구도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특히 팬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팬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비엘사는 "이번 마지막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품었던 기대와 희망을 생각하면 더욱 고통스럽다"며 "그래서 이번 작별은 매우 아프다"고 말하며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 FIFA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