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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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 페이퍼'로 달성한 '인간승리'…'시각 장애' 英 여자 GK, 유로 결승전 승부차기서 '2세이브'→영웅 등극

기사입력 2025.07.29 00:04 / 기사수정 2025.07.29 00:04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잉글랜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한나 햄튼이 팔뚝에 붙인 작은 종이 한 장으로 잉글랜드를 유럽 챔피언의 길로 이끌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8일(한국시간) "한나 햄튼의 승부차기 '컨닝 페이퍼'. 햄튼의 메모지가 스페인전 승리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라며 햄튼의 컨닝 페이퍼를 조명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스위스 바젤의 장크트 야코프 파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5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결승전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햄튼의 눈부신 선방 쇼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햄튼은 이날 상대 키커의 슈팅 방향을 적은 '컨닝 페이퍼'를 팔에 붙이고 나와 페널티킥 2개를 막아내는 영웅이 됐다.

여기에 축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던 의사들의 비관적인 진단을 극복한 그의 인간 승리 스토리가 더해져 더욱 화제가 됐다.



경기는 120분 내내 그야말로 혈투였다. 전반 25분 스페인의 마리오나 칼덴테이가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후반 12분 잉글랜드의 알레시아 루소가 헤딩골로 응수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사리나 위그먼 잉글랜드 감독이 키커들을 모아 독려하는 동안 햄튼은 코치와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의 팔뚝에 뭔가를 붙였다. 바로 스페인 선수들의 페널티킥 방향을 분석한 컨닝 페이퍼였다.


과거 골키퍼들이 물병에 메모를 숨겼다가 상대에게 간파당하는 위험을 감수했던 것과 달리 햄튼의 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는 스페인의 두 번째 키커 칼덴테이와 세 번째 키커 아이타나 본마티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냈다. 이 두 번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잉글랜드가 승기를 잡았고, 마지막 키커 클로이 켈리가 마침표를 찍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햄튼은 경기 후 "위그먼 감독이 승부차기 직전 '이게 바로 잉글랜드다!'라고 외쳤다. 그 순간 '지금이 우리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며 "120분 동안 끈기 있게 싸웠고, 스페인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해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팀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우리에게는 그런 투지가 있고, 우리 안에는 잉글랜드의 피가 흐른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며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후 햄튼의 과거사까지 밝혀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햄튼은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시각장애를 앓았다. 의사들은 그에게 "절대 축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햄튼은 여러 차례의 교정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리 감각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햄튼은 포기하지 않았다.

햄튼은 "난 항상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난 어렸을 때부터 축구는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 있다"고 장애를 극복하고 우승 자격을 얻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리 어프스의 백업 골키퍼였던 햄튼은 이제 잉글랜드의 우승을 이끈 명실상부한 영웅으로 우뚝 섰다. 그야말로 인간승리라고 부를 만하다.

사진=데일리메일,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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