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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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남탕'에 지쳤다…대세는 '워맨스'다

기사입력 2018.06.27 16:00 / 기사수정 2018.06.27 15:57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남탕'은 목욕탕의 남탕을 말한다. 남탕에는 남자만 있다. 그 때문에 남자만 나오는 영화나 예능 등을 '남탕 영화', '남탕 예능' 등으로 부른다. 남성 출연자 일색의 콘텐츠에 축적된 피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어다.

콘텐츠 지형이 점차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을 비중 있게 다루는 콘텐츠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적지만, 여성을 앞세운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남자가 하던 일을 여자가 하는 단순한 전복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성격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질적 향상도 돋보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션스8'은 복역을 마친 데비 오션이 동료 루와 각 분야의 범죄 전문가 5명을 모아 1500억 원짜리 까르띠에 투생 목걸이를 훔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케이퍼 무비이지만, 남자들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배신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오션스8'에도 이중 속임수가 있지만, 기존의 케이퍼 무비가 절대로 시도하지 않을 전개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예능은 어떤가.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뭉친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이전에 있었던 여성 예능 '무한걸스'나 '비디오스타'와도 다르다. '밥블레스유'는 시청자의 사연을 듣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푸드테라피'에 대해 얘기하는 먹방과 토크쇼를 결합한 형태다. 맛있는 음식을 두고 더 먹기 위한 눈치싸움은 있지만, 다른 이를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는다. 기존 남성의 롤을 여성이 답습하는 게 아니라, 노련한 네 여성 방송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JTBC4 '비밀언니' 역시 궤를 같이한다. '비밀언니'는 한채영과 예리(레드벨벳), 효연(소녀시대)과 휘인(마마무), 선미와 슬기(레드벨벳)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우정을 쌓는 일상을 관찰한 리얼리티인데, 세상 평화롭다. 갈등도 없고 고생도 없다. 미션이 있는데 '손잡고 서로의 얼굴 그려주기', '밤 소풍 나가기' 등이다. 연예계 선후배의 만남이지만, 남자들의 문화인 서열 놀이를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은 한채영과 예리마저도 자매 같은 모습이다.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일하게 승소를 받아낸 '관부재판' 실화를 다뤘다. '위안부' 할머니와 이보다 평범한 여성이 긴 싸움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는 여성의 연대를 넘어 세대 간의 소통과 상처의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

이렇듯 '브로맨스'와 '워맨스'는 성별이 바뀌면서 핵심 가치도 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남성과 여성이 우정을 쌓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브로맨스'를 다룬 콘텐츠와 '워맨스'를 다룬 콘텐츠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격렬한 몸싸움이나 혈투, 기 싸움이나 서열 정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우아한 대화,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이 대신하는 게 최근 여성 중심 콘텐츠의 흐름이다.

lyy@xportsnews.com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NEW, 올리브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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