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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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블로그] 이왕표 논쟁과 한국의 프로 레슬링

기사입력 2008.11.13 15:40 / 기사수정 2008.11.13 15:40

양성욱 기자

이왕표와 밥 샙 경기 승부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이번 WWA의 관심도와 흥행만큼은 근래 최고였다.

특히, 프로 레슬러 겸 종합 격투가 밥 샙의 인지도 덕분에 프로 레슬링 팬뿐만 아니라 종합 격투기 팬들 또한 경기장에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

Worked-Shoot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논란은 돈을 부른다.

WWA는 오랜만에 국내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뺨 때리기 쇼는 레슬링 팬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다만, MMA 경기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 (가짜라도 진짜처럼 보일 응급 치료진, 정확한 룰 언급, MMA에 맞는 링 등)를 왜 안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뿐. 이 말이 떠오른다. 

'뭐 쿵짝이 맞아야 해먹지'.

적자를 감수하며 밥 샙을 초청하고, 경기장을 대여하고, 이벤트를 열었고, 홍보를 했다. 그리고 입장료는 VIP석을 제외하고는 공짜.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스폰서의 도움이 필요하며 WWE 방송에서는 중계석의 제리 롤러와 짐 로스가 직접 광고 메시지를 말하겠지만, WWA에서는 방법이 없다.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이 대한민국 땅에서 프로 레슬러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기는 힘들다. 미국 WWE처럼 몇억짜리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캐릭터 티셔츠만으로도 몇억을 버는 스타들도 없다. 투잡은 기본이오, 24시간 프로 레슬링을 위해서 살아가기는 힘든 법이다.

다만, 더 철저한 연습을 통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이라도 맞춰주길 바란다. 팬들을 웃게 해주고, 울게 해주고, 소리지르게 해주길 바란다.

메인 이벤트가 치러지기 전 지루한 WWA 실장의 일장 연설이 또 다시 이어졌지만, 팬들에 대한 겸손함,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WWA에 바라는 것이 있다. 프로 레슬링은 즐거움과 흥행성이 필수이며, 이는 다음 이벤트를 치루기 위한 양분이기도 하다. 지루하게 '진짜'만을 고집/강조하지 말길 바라며, 세상과도 적당히 타협하길 바란다.

WWE는 이미 자사의 레슬러들을 수퍼스타도 아닌 이젠 엔터테이너라고 부르고 있다. 대중은 영리하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과 어설픈 연출로 대중을 화나게 하지 말고, 차라리 철저하게 그들을 재밌게 해주었으면 한다.

꽃미남 신인 김민호, 알만한 매니아들은 다 아는 인기 악역 김남훈, 직접 경기장에서 느낀 여성 팬들의 열정 등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WWA 뿐만 아니라 어떠한 프로 레슬링 이벤트라도 철저한 '엔터테이먼트' 정신이 있다면 국내에서도 WWE가 탄생될 수도 있다.

'진짜', '가짜', '각본' 그런 건 몇 십 년 전의 논쟁이 되어야 한다. 프로 레슬링의 기준이 오직 '재밌다' '재미없다'로 한국에서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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