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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배우 김진선 “내가 에로 배우? 작품부터 보시길...”

기사입력 2016.07.31 13:20 / 기사수정 2016.07.29 20:13

홍동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기자] “어느덧 제가 에로 배우가 돼 있더라고요”

16년차 배우 김진선(35)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노출 연기가 많은 작품을 최근 몇 번 찍고 나서 ‘에로’ 배우로 낙인찍힌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최근 필모를 살펴보면, 영화 ‘맛’(2013)이 포함돼 있다. 또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내 이웃의 아내’(2016) 역시 에로 영화로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맛’은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나요. 당시에 제가 받은 시나리오는 제목도 달랐어요.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 같은 콘셉트에 코믹적 요소가 섞인 영화였거든요.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코믹한 요소들은 거의 다 편집이 되고, 영화 제목도 ‘맛’으로 싹 다 바뀐거죠. 저도 이걸 TV로 보게 됐는데, 그냥 베드신만 야하게 편집해서 넣어 놨더라고요.”

영화 ‘내 이웃의 아내’ 역시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뭐, 영화 포스터나 문구 등은 사실 감독이나 배우의 입장보다는 제작사가 흥행을 위해 바꿀 수 있다고 이해는 해요. 그런데 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델도 제가 아니고, 줄거리나 홍보 문구도 영화의 내용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거에요. 그야말로 자극적인 ‘에로’물이 되어 버린 거죠. 그런 걸 볼 때마다 속상해요.”

김진선은 ’맛‘ 사태(?) 이후 노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 이웃의 아내‘의 정대만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출연을 결심했다.

“저는 정대만 감독 데뷔작 ‘동창회의 목적’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는지도 몰랐어요. 젊은 감독님이 굉장히 의욕넘치시더라고요. ‘진선 씨가 이 역할을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한 달 동안이나 캐스팅에 공을 들이셨거든요.”

‘내 이웃의 아내’는 ‘동창회의 목적’을 연출한 정대만 감독의 차기작. 정대만 감독 역시 여주인공 캐스팅에 공을 들였고, 제작사의 강요에도 김진선에 대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았다고.


모델출신 연기자는 연기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었다

172센티미터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김진선은 당시 국내 굴지의 모델에이전시인 ‘모델라인’ 출신으로 김민희, 배두나, 신민아 등과 함께 고교시절부터 잘 나가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만큼 여러 기획사들로부터 러브콜도 많았다. 

스무살 무렵 스타의 부푼 꿈을 않고 소속사와 계약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맞게 된다. 당시 소속사에서 김진선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제작비를 요구한 것. 김진선의 부모님은 딸을 위해 집 담보 대출에 사채 빚까지 내며 제작비를 마련했지만 결국 영화는 제작도 되지 못했고, 김진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당시에 부모님이 조그마한 상가 건물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 일로 인해서 순식간에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 거에요.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부모님은 제 연기에 대한 꿈은 막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당시는 유독 모델 출신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신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연기 못한다’ 가 대부분. 김진선은 이런 평가들이 너무 싫었다고 했다.

“당시에 사람들은 으레 모델 출신은 당연히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방송국이 아닌 대학로로 방향을 잡았어요.”

김진선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 무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졌다. 특히 기획사로부터 큰 사기를 당한 이후에는 기획사에 들어갈 생각도 접었다고.

“그 때는 기획사에 다시 들어가는 게 정말 두려웠어요. 그냥 저 혼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소속사 가져본 적이 없어요

커리어를 조금씩 쌓고 나니, 기회가 찾아왔다. 2004년 드라마 ‘낭랑18세’를 시작으로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러던 중 2008년 SBS 일일극 ‘물병자리’에 조단역으로 캐스팅 됐지만 기쁨도 잠시 극 중반에 하차하는 아픔을 맛봤고, 역시 캐스팅된 KBS2 미니시리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2회차 촬영 도중 배우가 교체되는 쓴 맛도 봤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 역할이 주인공 배우 소속사의 신인으로 교체된 거였더라고요. 결국 소속사 없는 저 같은 배우는 힘없이 당하기만 했던 거죠.”

소속사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결국 ‘나홀로’ 활동을 계속해야 했지만 김진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차가 없을 땐 버스타고 촬영장에 가고, 지방에 갈 땐 엄마가 데려다 주셨죠. 남들처럼 매니저가 회사 차로 데려다 주고, 헤어에 메이크업까지 다 챙겨주는 게 부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혼자 할 건 다 챙겨 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아니었다면 정말 자살했을지도 몰라요

자신 때문에 집안이 어려워졌다는 압박감은 결국 우울증으로 돌아왔다. 

“친척들은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저를 원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안그렇겠어요? 잘 나가던 아빠는 트럭까지 운전하시고, 동생들도 어린 나이에 학비 벌려고 힘든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는 걸요. 저는 그런데도 배우 하겠답시고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요”

2012년 김진선은 심각한 우을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시에 거울도 못 보겠는 거에요. 아빠가 저를 정말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2013년 드라마 ‘아이리스2’ ‘못난이 주의보’ ‘결혼의 여신’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지만, 김진선은 당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 갑자기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가 정말 그 순간 보이면서 반갑게 웃어주는 거에요. 여기서 내가 죽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이후 김진선은 용기를 내 아빠에게 먼저 다가섰다.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아빠는 “누구보다 사랑한다. 너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오히려 딸을 위로해줬다고.


*비로소 배우가 된 것 같아요

결국 가족의 힘으로 우을증을 극복한 김진선은 SBS 일일극 ‘잘 키운 딸하나’에 캐스팅 됐다. 하지만 여의사 역할을 맡은 김진선은 일생일대의 NG를 내게 된다.

“전 그 전까지 10년 동안 한 번도 크게 NG를 낸 적이 없었어요. 제작진에게도 실수를 한번도 저지른 적도 없었고요. 박한별 씨가 침대에 누워있고 제가 대사를 해야하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갑자기 대사가 하나도 생각 안 나는거에요. 15번인가를 NG를 내서, 결국 한 줄 한 줄 대사를 따서 촬영을 마쳤어요.”

NG 사건 후 김진선은 곧바로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다. 일산 탄현에서 나와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 집까지 운전을 하고 돌아오면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김진선은 그 순간 초심을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내가 이래서 못 떴구나. 우물안에 개구리였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배우 포기하고 다른 일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도 했죠. 그리고 집에서 밖에도 나오지 않고 제가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찾아본 거에요. 그랬더니 제가 그동안 했던 연기는 연기가 아니더라고요. 정말 부끄러웠어요.”

2014년 그는 다시 대학로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연극 ‘반도체 소녀’에 출연을 결심했다. 특히 김진선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연극 ‘반도체 소녀’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살면서 그동안 뉴스 한번, 신문 한번 읽지 않던 내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도 점차 넓어지는 걸 느꼈어요. 다시 저를 찾으려고 온 대학로가 결국 새로운 저를 알게된 거죠.”

김진선은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경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올해는 트라우마였던 ‘소속사’도 극복해보려고 한다. 물론 ‘마음이 맞는’ ‘좋은’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데뷔 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던 소속사에 한번 속해볼 생각이다.

끊겼던 드라마도 다시 도전해 보겠단다. 그는 기회를 잡기 위해 갖은 인맥을 다 동원해 오디션을 따 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배우 그만두면 뭐할 거냐고요? 사실 단 한번도 그만둔다는 생각 못해봤어요. 그냥 저는 죽을 때까지 계속 조용하게 배우로 연기하면서 살려구요. 언젠가는 배우로 떴다는 소리 들을 날이 오겠죠.”(웃음)

mystar@xportsnews.com / 사진=김한준 기자



홍동희 기자 myst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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