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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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vs '채널AOA', 역사를 대하는 크나큰 차이

기사입력 2016.05.13 10:05 / 기사수정 2016.05.13 10:51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걸그룹 AOA의 지민과 설현의 발언이 큰 화를 불렀다. 지난 3일 방송된 온스타일 '채널AOA'에서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핵심은 위인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문제에서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어 발음)?"이라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이후 네티즌들은 들끓었고 급기야 12일에는 지민과 설현, 13일에는 제작진이 사과를 했다.

역사에 대한 지민과 설현의 무지와 무관심, 신중치 못한 발언은 물론 백번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항일투사 안중근 의사 앞에서 대놓고 '긴또깡'이라고 말한 것은 팬들마저 기겁할 일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짚고넘어가고 싶은 것은 제작진의 안일한 프로그램 제작 태도다. 그날의 방송 자막을 따라가보자. 


#1. 지민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 누구셔?" 


#2. 이를 촬영하던 제작진이 말했다. "옜다 힌트. 이토 히로부미."


#3. 지민이 답했다. "긴또깡?" + #4. 제작진이 거들었다. "그건 또 뭐?"

한마디로 제작진은 오답마저 희화화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려 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목숨 바친 항일투사에 대한 역사퀴즈에서, 연예인나 공직자가 욱일승천기 의상을 입으면 평생 비난의 족쇄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물론 제작과정에서 오류와 과욕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역사 프로그램도 아닌 일개 예능이었으니까. 출연진 또한 안중근 사진이 낯설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예능감'을 위해 생각나는 대로 아무 개념 없이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과정에서 제작진은 이 장면을 통째로 들어냈어야 했다. 이 장면이 버젓이 방송을 탔다는 것은 제작진의 '검수 안목'이 실종됐다는 것이고, 출연진에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한 염려가 전혀 없었다는 반증이다. 제작진이 뒤늦게 사과는 번듯이 했다. "역사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제작진이 더 신중하게 제작을 했어야 했다.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이 지점에서 떠오른 것은 지난 2013년 5월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역사특강'이다. '한국사에 무지한' 멤버들을 위해, 멤버들에게 전문가 역사강의를 듣게 한 후 아이돌 멤버들에게 직접 강의를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도 '위험수위' 발언은 많았다. "왕건은 바지사장" "유재석은 '무도'의 세종대왕" 등등. 하지만 '무도특강'은 뜨거운 감동과 높은 시청률을 동시에 안겼다. 바로 유재석의 강의 때문이었다. 


유재석은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구차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 대의에 따라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나는 이 세상에서 너와 다시 재회할 마음이 없다. 내가 너를 위해 수의를 만들어 보내니 이것을 입고 가라. 다음 생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로 태어나라"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유재석은 울컥했고, 아이돌 수강생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같은 역사, 같은 안중근 의사를 다뤘어도 그 결과는 판이했다. 한 프로그램은 '대세' 걸그룹 멤버에 치명상을 가했고, 다른 프로그램은 출연진과 프로그램 스스로의 품격을 높였다. 

el34@xportsnews.com /사진 = '채널AOA'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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