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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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우승이 더 의미있는 이유...짜릿한 반전 셋

기사입력 2016.03.29 20:46 / 기사수정 2016.03.29 20:46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이은경 기자] 고양 오리온이 프로농구 챔피언이 됐다. 오리온은 29일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2015~2016시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오리온의 우승은 무엇보다도 팬들에게 ‘재미’와 ‘짜릿한 반전’을 선물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프로농구에는 고정된 ‘우승 공식’이 있었다. 촘촘한 수비, 혹은 막강한 높이가 있는 팀만이 챔프전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공식에 따라 동부, 모비스, KCC 등이 챔프전에서 수 차례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던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오리온은 좀 달랐다. 수비에만 치중하지도 않았고, 절대적인 높이를 보유한 팀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고정관념을 깨고 프로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오리온이 보여준 ‘반전’들을 모아봤다.
 
 
반전1. 에밋은 아무도 못 막아?
 
챔프전에서 KCC와 오리온이 격돌했을 때, 전문가 대부분이 KCC의 우세를 전망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안드레 에밋의 존재 때문이다.
에밋은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25.72득점을 기록(득점 2위)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위력이 더 폭발적이었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 수비를 따돌리는 기술, 한 번 터지면 쏟아지는 무서운 득점력 등 공격에 관해서는 에밋을 좀처럼 막기가 어려웠다. 챔프전에서 오리온을 상대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반대였다. 오리온은 챔프 1차전부터 에밋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에밋이 좋아하는 득점 지역에 발을 딛지 못하게 막고, 에밋 외 다른 선수들로 파생되는 루트를 막아버렸다. 챔프전에서 에밋은 특별히 득점이 저조하진 않았지만 내용은 이전과 달랐다. 에밋이 공격할 땐 다른 선수들과 고립된 느낌이었고, 승부처인 경기 초반엔 에밋이 완전히 막혀 있다가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후에 에밋의 영양가 없는 득점이 쏟아지는 경우도 잦았다. 에밋 봉쇄는 오리온이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에밋의 전담 마크맨인 오리온 김동욱이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빛났던 이유다.
 


반전2. 외곽은 높이를 못 이겨?
 
KCC는 올 시즌 도중 전자랜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정통 센터 허버트 힐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는 KCC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던 ‘신의 한 수’로 불렸다.
KCC는 하승진(31, 221㎝)과 허버트 힐(32, 203㎝)이라는 수준급 센터 두 명을 동시에 보유해 막강한 높이를 구축했다. 특히 하승진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골 밑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완전히 기가 살아난 모습이었다. 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으로서는 KCC 높이에 대적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프로농구의 오랜 고정관념인 '단기전에서는 높이가 강한 팀이 결국 우승한다'는 통념도 이런 전망을 하게 만드는데 한몫 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오리온은 이승현, 장재석 등 토종 포워드진이 하승진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신장은 작아도, 힘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고 거친 골밑 몸싸움에 약한 하승진이 평정심을 잃는 모습도 노출됐다. 오리온 이승현은 하승진을 훌륭하게 막아내면서 공격에서도 제몫을 다 했다.

오리온이 특히 돋보였던 건 빠른 트랜지션과 폭죽처럼 쉴 새 없이 터지는 3점포였다. KCC가 센터진의 높이가 있는 반면 발이 느리다는 아킬레스건을 무섭게 파고들었고, 빠른 공수전환 뒤 이어지는 정확한 3점포는 KCC의 혼을 빼놨다.


 
반전3. 오리온은 헤인즈 원맨팀?
 
오리온은 올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연승을 달리며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팬들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오리온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애런 헤인즈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헤인즈의 원맨팀’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실제로 오리온은 헤인즈가 시즌 도중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순위가 미끄러졌고,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막판 뒷심이 크게 달리는 모습이었다.

헤인즈에 의존하는 공격은 시즌 내내 오리온의 약점이었다. 또 정규리그 후반부에 헤인즈가 돌아왔을 땐 기존의 조 잭슨 등과 조화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오리온은 정규리그를 마친 후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모비스를 3연승으로 꺾고 챔프전에 올라가면서 더 이상 ‘헤인즈 원맨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kyong@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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