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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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가 선수단에 던진 메시지 '열정의 3피트'

기사입력 2015.04.16 06:22 / 기사수정 2015.04.16 02:0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감독이 총대를 메고 최전방에 섰다. 김기태 감독(46,KIA)의 '격렬한 항의'는 분명히 선수단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이 펼쳐진 16일 잠실구장. KIA의 승리로 끝이났지만, 경기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올 시즌 1호 감독 퇴장인 김기태 감독의 항의 장면이었다. 

상황은 7회말 펼쳐졌다. KIA가 5-2로 앞선 상황이었는데, LG 선두타자 정의윤이 양현종으로부터 안타를 쳤다. LG 벤치는 정의윤을 대주자 문선재로 교체했다. 그리고 문선재가 2루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스타트를 끊었지만, 양현종의 견제에 걸렸다. 양현종이 1루수 브렛 필에게 공을 던졌고, 필은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2루수 최용규에게 송구했다. 

타이밍은 아웃이었지만, 이민호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유가 있었다. 베이스를 향해 돌진하던 문선재는 최용규의 글러브를 피해 홈 플레이트 기준 베이스 상단, 그러니까 중견수쪽으로 우회해 손으로 베이스를 터치했다. 최용규가 공을 쥔 글러브를 가져다 댔지만, 태그가 조금 늦었다. 

이때 김기태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문선재가 쓰리피트 라인을 벗어났으니 아웃이다"라는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급기야 '쓰리피트의 정도'를 보여주기 위해 2루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모두를 당황하게한 장면이었지만, 그만큼 혼신을 다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심판진은 "항의가 5분 이상 지속됐다"는 이유로 감독 퇴장을 명령했다. 김기태 감독은 모자 2개로 최용규와 문선재의 위치를 표시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날 김기태 감독의 항의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감독이 최전방에 선다.' 김기태 감독이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욕은 감독이 다 먹으면 된다"가 그것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갈 선수들을 추릴 때에도, 선수 기용이나 보직 문제를 두고 이슈가 될 때 마다 최대한 말을 아끼며 속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왔다.

'형님 리더십'으로 부르는 김기태 감독 특유의 통솔력은 분명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KIA에서의 첫 시즌, 그것도 극초반이기 때문에 어떤 색깔의 야구인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리더십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고참들에게는 "프로에서 10년 이상 뛰었다는 자체가 존중 받을 만한 이유"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비주전이나 어린 선수들에게는 농담을 던지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끈다. 연승 기간 중에는 분위기가 들뜨지 않도록 자제시켰고, 연패 기간 중에는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띄웠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은 지난 주중 연패에 빠져있을 때, 선수단 버스로 대구 원정길에 오르지 않았다. 혼자서 이른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면서 대구로 향했다. "연패 중이라 선수들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게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선이 있다.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로 발현된다. 고참들을 중심으로 "한번 해보자",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자"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고, 아직까지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퇴장 선언에 그라운드를 내려오던 김기태 감독은 오른손을 들어 짧게 선수단 철수를 지시했다. 선수들은 잠시 쭈뼛쭈뼛 고민을 하다 이내 포지션을 지켰고,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김기태 감독이 퇴장까지 불사하며 '몸으로' 던진 메시지는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큰 자극으로 남았을 것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잠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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