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김인권이 이번엔 소시민 가장으로 나섰다.
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영화 '약장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조치언 감독을 비롯해 주연을 맡은 김인권, 박철민이 참석했다.
김인권은 매 작품 변신해왔다. 그는 시대와 국가를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이미지와 모습을 고착화시키지 않았다. 차근차근 어떤 캐릭터도 '김인권식'으로 해석해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아픈 딸의 병원비라는 무거운 짐을 가진 소시민 가장으로 나섰다.
김인권이 맡은 일범은 대리운전을 하고난 뒤 각자 나눠 타고가는 택시비조차 아까워 첫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밖에서 쪽잠을 자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취객의 오해로 해고되고, 막노동 자리를 찾아보지만 그를 써주는 사람이 없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홍보관에 가게 되지만 천성이 바른 그는 사람을 속여야 한다는 사실이 마뜩찮아 뒤돌아선다.
그러나 집세는 6개월째 밀린 상태고 아픈 딸에게 쌀이 없어 라면을 끓여줘야 하는 현실에서 그는 더이상의 물러설 곳 없이 홍보관을 찾아 노인들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고 함께 게임을 하며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이를 발판으로 노인들에게 물건을 강매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남사스러운 별명을 얻고서도 그는 즐거워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에 몰입하게된다. 그러나 막상 미수금을 받아내야하는 순간 달라진 점장(박철민 분)의 모습에 심한 것 아니냐고 고통스러워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를 둔 김인권은 이번 영화로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옷을 입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누적됐던 삶의 느낌들이 이번 영화에 녹아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숲 안에 있다가 숲 밖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번 영화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 말고도 많은 가장들이 이시대의 아버지로 살기 참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가장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그는 죽어가는 아픈 딸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애환을 그려냈다. 김인권은 영화 내내 여간해서는 크게 웃는 대신 울거나 울부짖거나 또는 고통스러워한다. 그동안 그가 축적해온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는 듯한 밀도있는 연기였다.
조치언 감독의 의도대로 홍보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회 고발의 메시지보다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이 이입하기 가장 완벽한 캐릭터이자 그렇기에 영화 말미 숨진 옥님을 향하는 모습은 더욱 가슴아프고 먹먹했다. 김인권의 연기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약장수'는 소시민 가장이 난치병인 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이른바 불법 홍보관에 취직해벌이는 고군분투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실업 문제부터 노인의 고독사까지 다루며 한국 사회의 서글픈 단면을 담아냈다. 오는 23일 개봉.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약장수' 스틸컷, 김인권ⓒ대명문화공장,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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