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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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첫승 못했어도 '토종 자존심'은 세웠다

기사입력 2015.03.29 07:33 / 기사수정 2015.03.28 22:14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에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바꾸는거 아니다. 알겄지?" 시즌 첫승은 못했어도 토종 투수의 자존심은 지켰다. 

28일 전국 5개 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 펼쳐졌다. 총 10개 구단이 본격적인 페넌트레이스 출발을 알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임무가 막중한 개막전 선발 투수. 10개 구단 가운데 토종 그러니까 외국인이 아닌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팀은 KIA 뿐이었다. 

KIA는 험버, 스틴슨 대신 양현종을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양현종 인생에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지난해에도 광주 홈 경기 개막전 선발은 맡았어도 시즌 개막전은 외국인 투수인 데니스 홀튼이 나섰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썩 좋지 못했다. 최종 기록은 6이닝 무실점이지만, 양현종이 잘했다기 보다는 LG 타자들이 못쳤다고 보는게 더 맞다. 그리고 수비수들의 '철벽 수비'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비록 스스로 만든 위기이긴 해도,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만큼은 '에이스' 다웠다. 

지난해 누적된 피로의 여파로 양현종은 스프링캠프부터 다른 투수들보다 느리게 시작했다.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렸고, 실전 경기도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처음 던졌다. 양현종도 "페이스를 늦게 올린 단점이 오늘 나온 것 같다. 스스로 감안했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나서 복기할 것이 많다. 다음부터는 실수를 줄이고 싶다"며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야수들이 워낙 잘 도와줘서 실점 없이 막았고, 팀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며 개막전 팀 승리를 자축했다. 또 "올해는 우리팀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부터도 야수들을 완전히 믿고 던졌다"고 달라진 팀내 분위기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날 김기태 감독의 '한 방'도 양현종을 도왔다.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이 안타와 볼넷으로 실점 위기를 맞은 6회초 마운드를 방문했다.

양현종은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다는듯 피식피식 웃으며 "감독님께서 '에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바꾸는게 아니다잉. 위기 잘 이겨내라'고 하셨다. 농담을 하시는 것처럼 재미있게 말씀하셨다. 감독님이 올라오신 후에 오히려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현종은 그 이후 정의윤에게 병살타를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KIA가 경기 후반 반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텨준 양현종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 속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킨 양현종. 윤석민의 가세로 한층 든든해진 어깨와 함께 한단계 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6회초 김기태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난 후 미소짓는 양현종(왼쪽)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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