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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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그린라이트] 외인 타자, 로티노가 가장 약하다고?

기사입력 2014.04.12 08:00 / 기사수정 2014.04.23 12:24

나유리 기자
완벽한 '복덩이'로 거듭난 로티노. 사진=비니 로티노 ⓒ 넥센 히어로즈
완벽한 '복덩이'로 거듭난 로티노. 사진=비니 로티노 ⓒ 넥센 히어로즈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가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3일 넥센과 두산의 시즌 3차전이 열린 서울 목동구장. 취재진이 넥센 염경엽 감독과 경기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로티노가 포수 장비를 착용한채 수비 연습을 마치고 덕아웃 앞을 지나갔다. 당연히 궁금증이 일었다.

염경엽 감독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가끔 포수로 연습해요. 박빙의 경기에서 동점 상황이거나 할때 대타를 쓰면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하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넥센에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시즌 7월 LG와의 시즌 7차전에서 외야수 이성열은 급한대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에 나서 투수를 리드했다. 이성열은 2003년 포수로 LG에 입단했으나 2007년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마스크를 내려놓았다.

오히려 포수 경험은 이성열보다 로티노가 더 오래됐다. 로티노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305경기를 소화해 3루수(223경기), 좌익수(214경기)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5시즌 동안 포수로 3경기에 나섰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성열이 했던 역할을 올해는 로티노가 하는 겁니다"라면서도 "주전 포수로 기용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예요"라고 선을 그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긴박한 상황에만 가능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부터 로티노에게 포수 훈련을 시켰어요. (경기 후반부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손승락의 공을 받아보게 했습니다. 또 열심히 잘하고요"라며 성실한 로티노를 칭찬했다.

사실 로티노는 타 구단 외국인 타자들처럼 과거가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일본리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이대호(現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함께 뛰었지만, 1군보다 2군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2군에서는 3할 중반대 타율(0.356)을 기록했지만, 1군에서는 37경기 타율 2할6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타격 연습 중인 로티노. 사진=비니 로티노 ⓒ 넥센 히어로즈
타격 연습 중인 로티노. 사진=비니 로티노 ⓒ 넥센 히어로즈


올 시즌 출발도 9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더딘 편이었다. 조쉬 벨(LG), 브렛 필(KIA),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루크 스캇(SK), 호르헤 칸투(두산) 등이 타자 부문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로티노는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1일 두산전에서 좌익수 수비를 하던 로티노가 양의지의 플라이볼을 떨어트리는 실수를 범하며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게 되는 가슴 철렁한 실책도 있었다. 팀은 이겼지만, 로티노는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외야 플라이를 놓친 것은 처음"이라며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염경엽 감독은 로티노와 직접 대화를 나눈 뒤 두산전 남은 2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질책이나 분발을 촉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내린 결론이다.

이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주중 KIA와의 목동 3연전에서 조금씩 타격 감을 되찾더니, 10일과 11일 경기에서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며 능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사실 로티노의 포수 출전은 넥센이 최후의 보루까지 아껴두고 싶었던 카드다. 그런데 여러 악재가 겹치며 염경엽 감독이 결단을 내렸고, 이는 '신의 한 수'로 돌아왔다.

넥센은 이미 '쉬어갈 곳 없는 타선'으로 불리는 공포의 타자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2년 연속 리그 MVP 박병호를 필두로 강정호, 이택근, 김민성, 이성열, 윤석민, 문우람 등 '걸리면 넘기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올 시즌부터 바뀌는 KBO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이 넥센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냐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로티노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일단 성실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이 장점이다. 넥센의 한 관계자는 "로티노가 빨리 적응을 잘했다. 성격이 좋다 보니까 한국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고, 훈련도 열심히 소화한다"고 귀띔했다.

적극성과 성실함 그리고 간절함을 갖춘 '신형' 외국인 선수 로티노가 넥센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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