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년 3월23일.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에 새로운 획을 그은 날이었다.
이날 김연아(24)는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07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김연아가 연기한 쇼트프로그램은 '록산느의 탱고'였다. 이 프로그램은 주니어 마지막 해였던 2005-2006시즌에도 사용했던 곡이었다. 탐 딕슨이 안무를 맡았고 주니어 시절 마지막 지도자인 김세열 코치의 수정을 거쳐 데이비드 윌슨의 최종작업으로 완성됐다.
두 시즌동안 이어진 록산느의 탱고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방점을 찍었다. 아사다 마오(24)를 제치고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시니어 첫 데뷔 시즌(2006~2007)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정상에 등극했고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또한 새로운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53)와 함께한 첫 대회이기도 했다. 당시 김연아는 극심한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연습 과정은 힘들었지만 실전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모든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71.95점. 여자싱글 쇼트 프로그램 최고 점수가 새롭게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일본은 그들의 기대주인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27)에 관심을 쏟았다. 미국은 2006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미 마이스너(25)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김연아였다.
'록산느의 탱고'는 완벽한 기술과 뛰어난 표현력이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이다. 고난도의 기술과 독창적인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은 쉽게 접하기 어렵다.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를 통해 자신이 '토털패키지'임을 증명했다. 또한 17세 소녀가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연기까지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한국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허리 부상의 여파는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흔들린 김연아는 최종 3위에 올랐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이 대회에서 선보인 '록산느의 탱고'는 지금 봐도 전율을 줄 만큼 빈틈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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