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1:19
자유주제

해동전설(海東傳說)3(2) 개인과외

기사입력 2004.10.25 08:51 / 기사수정 2004.10.25 08:51

김종수 기자
[농구무협소설]  해동전설(海東傳說)3(2) 개인과외




차룡아.”

누군가 자신을 부름에 정차룡은 움찔한 기색으로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이창헌 패거리에게 또 걸렸나 싶은 생각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휴우…”

정차룡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부른 이는 이창헌 패거리와는 관계없는 조수철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철아, 무슨 일로 나를…?”

조수철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의아한 얼굴로 정차룡이 물었다.

“너 요즘 친구들에게 농구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며?”

언제나처럼 조수철은 무뚝뚝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딱 꺼내는 것이었다.

“으…으응, 나도 농구를 잘하고싶어서…”

조수철의 말에 쑥스러움을 느낀 정차룡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왜 나한테는 부탁하지 않은 것이지?”
“어? 너…너 말이니?”
“그래.”
“수철이 너야, 농구를 워낙 잘하니 나 같은 것은…”

사실이 그랬다. 조수철이 가르쳐주면 좋기야 하지만 전주현에서 농구를 배우는 또래들을 통 털어서도 가장 잘하는 축에 속한다는 그에게 그런 말을 꺼낸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힘들었다.

“괜찮다면 내가 알려주고 싶은데.”
“저…정말이니?”

조수철의 말에 정차룡의 얼굴 가득 화색이 감돌았다.

“고마워, 수철아. 정말 고마워. 뭐 좋아하니? 우리 집에 전병이며 고기, 산적 등등 많이 있다. 원하는 것 있으면 뭐든지 가져다 줄께.”
“됐으니까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런 것 챙길 시간 있으면 농구공이나 한번 더 잡아봐. 내일부터 술시초(戌時初:19시부터 20시까지)에 보자.”

조수철은 약속대로 다음날부터 정차룡의 농구연습을 도와주었다.

“차룡이 너는 자신감을 잃은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이 되지 않고 있어.”
“가장 기본적인 동작?”
“그래. 넌 억지로 공을 그물주머니 쪽으로 밀어 넣으려고만 하는데 그런 것은 그런 자세로 아주 숙달된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들어. 일단은 가장 들어갈 가망성이 높은 방법으로 공을 던져야지.”
“으응…공에 회전을 넣어서 던져야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지. 더군다나 제대로 날아가지 않아도 나무판에 맞고 회전이 안으로 먹어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고…”

정차룡도 더듬더듬 자신이 알고있는 바를 말했다. 몸이 안 따라 주어서 그렇지 이런 식의 이론 같은 것은 몇 년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던 것이었다.

“머릿속으로 알고만 있으면 뭐해? 이론 같은 것은 구태여 배우는 사람이 아닌 구경꾼이라도 듣기만 하면 어느 정도는 알게돼. 몸!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야.”
“나도 알아…근데 왜 이렇게 안되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조수철은 비교적 화를 내지 않고 자세하게 정차룡을 지도해주고 있었다. 친절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항상 같은 말투, 같은 표정이었다. 정차룡이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여도 욱해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잘 봐.”

조수철은 직접 농구공을 가지고 시범을 보여줬다. 텅텅…가볍게 바닥에다 농구공을 퉁겨 보인 조수철은 산뜻한 동작으로 몸을 솟구쳐 손목을 꺾었다. 조수철의 손을 떠난 공은 빙글빙글 돌아 그물주머니를 통과했다.

(우와! 멋있다.)

정차룡의 입이 딱 벌어졌다. 같은 나이의 친구였지만 조수철의 농구실력은 언제나 보는 것만으로도 정차룡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너하고 어떤 것이 틀린 것 같아?”

농구공을 옆구리에 낀 채 조수철이 물었다.

“글쎄…나하고는 달리 아주 자연스럽게 공을 그물주머니에 넣는데…”

머리를 긁적거리며 정차룡이 말끝을 흐렸다.

“아니지. 공을 넣는 내 동작을 보라는 것이 아니었잖아. 방금 너하고 내가 했던 말이 뭐야?”
“그…그게 그러니까…”

뭐가 조금 막힌다 싶으면 정차룡은 쉽게 당황을 해서 아는 것도 까먹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회전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잖아. 너하고 내가 다른 점은 공을 던질 때 손가락을 이용하고 안하고의 차이야. 넌 억지로 밀어서 던지니까 회전이 안 먹는 것이야. 다섯 손가락으로 공을 가볍게 굴린다고 생각하고 던져봐.”

몇 번의 시범을 더 보여준 뒤 조수철이 정차룡에게 농구공을 던져주었다.

“그래, 알았어…손가락으로 굴리라 이 말이지.”

그러나 정차룡은 어설픈 동작으로 계속 공을 떨어뜨리기만 했다. 그물주머니로 날아가기는 커녕 발 밑으로 계속 공이 떨어지고 있었다.억지로 밀면 그물 주머니 쪽으로 갔지만 손가락을 이용해서 던져볼라치면 여지없이 일장(一丈:3.2m)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

계속된 실수에 당황한 정차룡은 울 듯한 표정으로 조수철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참을성이 강해 보이는 조수철이었지만 자신이 계속 이런 식이면 다른 친구들처럼 화를 벌컥 내고 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눈치보지 말고 다시 해봐. 나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농구가 아니잖아. 네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고자 연습하는 것 아니었어?”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조수철이 말했다.

“화…화나지 않니? 답답하지 않아?”
“글쎄…난 아무런 느낌도 없는데, 정작 답답하고 화나는 것은 네가 아니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마. 지금 연습은 네가 하고 있는 것이니까.”
(아…)

평소에도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던지라 정차룡은 조수철과 별로 많은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조수철은 전주현 전체가 인정하는 최고의 유망주였고 자신은 또래들에게서조차 놀림이나 받는 처지를 인식한 열등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정차룡은 무뚝뚝한 조수철에게서 많은 용기와 힘을 얻고 있었다.

“다시 해볼께. 이번에는 기어코…”

갑자기 힘이 펄펄 나는 기분을 느낀 정차룡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농구공을 잡았다.다음날도 그리고 다음날도 조수철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정차룡에게 농구를 지도해 주었다. 그 덕분인지 열흘째 되는 날 정차룡은 손가락으로 공에 회전을 주어서 그물주머니 쪽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확성하고는 거리가 먼 상태였기는 하지만 말이었다.

“그래 많이 늘었는걸.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조수철의 칭찬은 정차룡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비록 같은 또래의 칭찬이기는 했지만 얼마 만에 받아보는 칭찬이었던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근데 자꾸 공이 엉뚱한 데로 빗나가네…”
“정확도야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제대로 방법을 구사해야 그 가능성을 높힐 수 있는 것이지.”

정차룡은 감탄어린 표정으로 조수철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얼마나 꼼꼼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지 연무장에서 배우는 것보다도 훨씬 더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공을 높이 던져봐. 넌 너무 낮게 던지고 있어. 낮게 던지면 그물주머니나 위쪽의 나무판에 맞았을 때 반발력이 강해져서 공이 크게 튀고 말아. 회전도 잘 먹지 않고 말이야. 하지만 높게 던질 경우 맞는 순간 반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회전이 잘먹어 퉁기다가도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거든.”

정차룡은 조수철이 알려준 데로 공을 높이 던지려 노력했다.열 개, 스무 개, 오십 개, 백 개…상대적으로 몸이 둔하고 당황을 잘해서 그렇지 나름대로 욕심도 있고 끈기도 있는지라 정차룡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지금 당장 몇 개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자세에서 정확히 쏘는 것이 중요해.”

조수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정차룡을 독려하고 있었다.

“요사이 도련님께서 일찍 잠자리에 드시기에 무슨 일일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저런 일이 있었군요?”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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