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호명하는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오승현 기자)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의 남부도시 칸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이 이끌었다.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 첫 초청을 받고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깐느 박'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2017년에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그간 칸에서 다양한 활약을 해온 박찬욱 감독의 존재감이 전세계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데미 무어, 이삭 드 번콜, 클로이 자오 감독 등 8인과 황금종려상을 심사했다.
박 감독은 한국어로 경쟁 심사를 앞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순수한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볼 작정을 하고 왔다. 아무런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없이 설레는 마음만 가지고 날 놀라게 만들 영화가 무엇인지 기다리는 마음"이라며 "관람이 끝나고 심사회의를 할 땐 이런 자세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영화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가지고 역사를 아는 전문가로서 평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04년, 첫 칸 초청 당시를 회상한 박찬욱 감독은 "그때는 한국 영화가 가끔씩만 소개됐다. 불과 20년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더이상 영화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고 한국 영화의 위상 변화를 짚었다.
"한국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진입했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는 그는 "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되어서 이제 더 많은 나라와 더 다양한 영화를 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제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올해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소개가 되어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 바 있다.
이어 17일 오전(현지시간)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훈했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프랑스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이 받는 훈장으로, 코암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 총 세 등급이 있다.
그 중 박 감독이 수훈한 코망되르는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프랑스 최고등급 훈장이다. 지금까지 코망되르를 수훈한 한국인은 2002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김정옥, 2011년 지휘자 정명훈, 2025년 소프라노 조수미까지 세 명이었으며, 박찬욱 감독이 네 번째 한국인이 됐다.
박찬욱 감독은 훈장을 받은 후 "우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지금 연로하셔서 두 분 다 편찮으신데, 오늘 이 소식이 그분들께 좋은 선물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기쁨을 표했다.
부모님 덕에 프랑스를 가깝게 느꼈다는 박찬욱 감독은 어렸을 때 프랑스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며 "제 영화들하고 어울리지 않아 비웃을까봐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사실은 줄리앙 뒤비비에의 '나의 청춘 마리안느'를 어렸을 때 본 것이 저에게 정말 깊은 인상을 줬다"고 밝혔다.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은 사람이 왜 이따위 영화를 만드냐라는 말을 할까봐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프랑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만큼, 그리고 지금도 받고 있는 것만큼 또 저 자신이 프랑스의 젊은 감독들에게 어떤 영향을 조금이라도 주고 있는 것 같다. 문화와 예술의 영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 현실이 저에겐 너무나 감동적으로 뿌듯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저에게 남은 마지막 소원은 언젠가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어보는 것"이라고도 밝히며 프랑스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박찬욱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레드카펫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심사위원단과 함께 레드카펫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등장에 현장에는 '올드보이' OST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폐막식이 시작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도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위원 소개 후 맨 마지막에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시상자로 등장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의 '피오르드'(Fjord)를 직접 호명하며 12일간 이끌었던 칸 영화제를 마무리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연합뉴스, Festival de Cannes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