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4-0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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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무명 벗은 장서희, 44.5%로 답했다…지금 다시 끌리는 '인어아가씨' [이예진의 '요즘 끌리네']

기사입력 2026.04.05 07:55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요즘 그냥 끌리는 걸 씁니다. 어떤 글은 흐름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은 한발 늦은 취향 고백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가요, 방송, 영화. 신인, 스타 구분 없이, 지금 이 순간 눈에 밟히고 자꾸 생각나는 이유를 따라가 봅니다. 타이밍은 제각각이어도, 끌림만큼은 진심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요즘 알고리즘이 제대로 물었다. MBC '인어아가씨'가 짧은 영상과 명장면 클립을 타고 다시 확산되며 재유행의 중심에 섰다.

최근 임성한 작가의 신작 TV조선 '닥터신'이 방영되며 특유의 대사 톤과 전개 방식이 다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유튜버 엄은향, '드라마속 그 말투' 채널 등을 통해 이른바 '임성한식 말투'가 밈처럼 확산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인어아가씨' 또한 최근 몇년 간 온라인에서 꾸준히 재소환되며 인기를 이어온 작품으로, 이번 '닥터신' 이슈와 맞물려 다시 한 번 주목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2002년부터 약 1년간 방송된 '인어아가씨'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자라난 전처 딸 은아리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세월이 지나도 명작은 명작이다"

극단적인 설정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 그리고 한 번 꽂히면 빠져나오기 힘든 대사와 전개로 당시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방송 당시 하희라의 복귀작과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도 최고 시청률 44.5%를 기록하며 신드롬급 흥행을 일으켰고, 종영 이후에도 꾸준히 회자돼 온 대표적인 인기작이다.

24년이 지났는데도, 한 시대를 집어삼켰던 일일드라마가 세월을 건너 알고리즘까지 접수한 것. 짧게 잘린 명장면 하나만으로도 댓글창을 들끓게 만들 만큼, '인어아가씨'의 생명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어아가씨'
'인어아가씨'

​​'엄은향', '드라마 속 그 말투'
​​'엄은향', '드라마 속 그 말투'


최근 관련 영상을 선보인 유튜버 엄은향, 유튜브 채널 '아리영박사', 임성한 작가 특유의 화법을 다룬 '드라마 속 그말투' 채널 등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아리영박사'는 방대한 서사 속 인물들의 강렬한 장면들을 짧게 편집한 숏폼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작품을 다시 보는 흐름에 불을 붙였다. 

다만 '아리영박사' 채널은 저작권 문제로 지난해 12월 운영을 종료했다. 이에 장서희가 직접 댓글을 남기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저의 긴 무명 시간 설움을 한방에 날려준 아리영. 저도 잊을 수 없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 시절 '인어아가씨'로 인해 1년 넘는 시간 동안 아리영으로 살면서 큰 애정을 가졌던 캐릭터라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이렇게 다시 기억해주고 콘텐츠화해줘서 반갑다"고 전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아리영박사'
유튜브 채널 '아리영박사'

유튜브 채널 '아리영박사'
유튜브 채널 '아리영박사'


채널 운영자는 "연기대상 5관왕 수상 당시 물개박수를 쳤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배우"라며 화답, 작품과 배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은 공식 채널로도 이어졌다.

현재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옛드: MBC 옛날 드라마'에서는 지난달부터 '인어아가씨' 본편을 순차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일일드라마로 1년간 방영되어 총 247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3편씩 주 3회 공개하는 방식. 현재 42회까지 업로드된 상태다.

MBC 공식 계정
MBC 공식 계정


장편임에도 정주행 유입은 꾸준하다. "나한테는 이게 '친절한 금자씨'고, '더 글로리'다", "그 시절 부잣집 사모님들 올드머니룩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리영 옷, 가방, 구두는 지금 봐도 세련됐다", "전성기의 임성한 글빨이 어마어마하다"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올드머니룩, 인테리어, 말투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도 재소환의 이유로 꼽힌다.

‘인어아가씨’는 가족의 파탄에서 시작된 복수극이다. 주인공 은아리영은 젊은 여배우(심수정 역)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린 자신을 버리고 재혼하면서 상처를 안고 성장한 인물이다. 당시 어머니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극심한 충격 속에 출산한 아이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이후 아이를 잃고 시력까지 잃게 된 어머니의 비극적인 삶은 아리영의 복수심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된다.

성인이 된 아리영은 아버지의 새 가정에 접근하며 치밀하게 복수를 설계한다. 어머니가 겪은 아픔을 이번에는 아버지의 딸이 그대로 느끼게 하겠다는 듯, 이복동생 은예영의 삶을 정조준한다. 은예영의 약혼자였던 이주왕을 빼앗으며 관계를 뒤흔드는가 하면, 드라마 작가로 성공해, 과거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던 후배 배우이자 아버지와 불륜을 저질렀던 심수정을 향한 복수에도 나선다. 당시 상황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한 작품을 집필한 뒤, 정작 그 심수정을 극 중 피해자 역할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이처럼 ‘인어아가씨’는 파격적인 설정과 인물 간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단적인 감정선과 예측 불가한 전개, 현실과 극을 교차시키는 집요한 복수 방식은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배우 장서희가 있다.

지금이야 대표작이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동시간대에는 하희라의 복귀작이 주목받고 있었고, MBC 일일드라마는 KBS에 밀리던 상황이었다. "굳이 장서희여야 하냐"는 반응 속에 캐스팅은 쉽지 않았고, 내부 반발도 이어졌다.

MBC '무릎팍도사'
MBC '무릎팍도사'


장서희는 "'인어아가씨'는 저에게 구세주이자 빛이었다"고 회상했다. 임성한 작가의 추천과 이주환 감독의 선택으로 캐스팅이 이뤄졌고, 그는 "죽기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첫 시청률은 8%였다. 그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믿음은 이어졌고, 불과 몇 주 만에 시청률은 상승세를 탔다. 결국 최고 시청률 44.5%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완성했다.

성과는 압도적이었다. 장서희는 베스트 커플상, 기자상, 네티즌상, 여자 최우수상, 연기대상까지 무려 5관왕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인어아가씨'가 연기대상을 싹쓸이한 전성시대였다.

MBC '연기대상'
MBC '연기대상'

MBC '연기대상'
MBC '연기대상'


무엇보다 이 작품은 연기로 완성됐다. 초중반부 장서희의 대사량과 감정 소모는 상당했다. 끊임없는 갈등 장면 속에서도 정확한 발음과 치밀한 감정 표현으로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40회에서 은진섭 앞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압권으로 꼽힌다. 촬영 전날 밤새 대본을 외운 끝에 단 한 번의 NG 없이 장면을 소화했고, 촬영 후 탈진했다는 후문이다.

'인어아가씨'
'인어아가씨'


명장면으로 꼽히는 57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은진섭이 말리다 아리영의 뺨을 때리자 "날 쳐?!"라며 심수정의 뺨을 맞받아친다.

심수정의 뺨을 맞받아치는 장면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연장자인 상대에게 젊은 인물이 그대로 되받아치는 설정이 흔치 않았던 만큼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고, 동시에 쌓여온 감정을 단숨에 터뜨리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남겼다.

24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인어아가씨'는 여전히 볼거리가 분명하다. 강한 서사와 대사, 장서희의 밀도 높은 연기, 그리고 지금 다시 봐도 흥미로운 스타일과 시대 분위기까지. 요즘 시청자들에게는 새롭게, 당시 시청자들에게는 반갑게 다가가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MBC, 각 채널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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