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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진서, "3년 만에 피겨 챔피언? 갈 길 멀어요"

기사입력 2012.01.25 07:36 / 기사수정 2012.01.25 10: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계의 '숨은 보석'이 찬란하게 빛을 발휘했다. 김연아(22, 고려대)의 성공 이후, 여자 싱글 지망생들은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남자 선수들의 선수층은 상대적으로 얇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남자 싱글 무대를 새롭게 이끌 인재가 등장했다. 올 초에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에서 배출한 최고의 수확은 단연 김진서(16, 오륜중)였다.

김진서가 이 대회에서 이룩한 남자 싱글 우승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은 지 3년 만에 국내 정상에 등극했다는 점이다. 어릴 적 유난히 몸이 약했던 그는 4살 때부터 우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태권도와 수영, 골프 등을 배웠고 인라인스케이팅도 몸에 익혔다. '묘기 줄넘기'를 통해 탄력적인 점프력을 익힌 그는 마침내 피겨 스케이팅의 세계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뒤늦게 스케이트를 선택한 김진서는 3년 만에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진서는 3개월 만에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시켜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트리플 악셀의 벽도 넘어섰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성장한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쳐왔다. 지상 훈련 도중, 크게 넘어져서 왼쪽 고막 절반 이상이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재능을 찬란하게 피워냈다. 한국 피겨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김진서란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시일 안에 오른 정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김진서가 지난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연기한 프리스케이팅의 구성은 만만치 않았다. 트리플 악셀이 후반에 배치돼 있었고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과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그리고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 + 더블 룹 등이 포진돼 있었다.

지난해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과 전국 랭킹전에서 김진서의 점프 성공률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 요소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부상을 떨쳐낸 점이 첫 번째 요인이었고 두 번째는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해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우승을 하고 난 뒤, 기쁠 줄 알았지만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이번 대회에서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다음에도 계속 잘하는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김진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힘이 넘치는 점프를 선보였다. 그동안 한국 남자 싱글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케일이었다. 남자 싱글에서 힘이 넘치는 점프는 세계적인 추세다. 아기자기한 여자 싱글과 비교해 남자 싱글은 한층 속도감이 있고 힘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에 훈련했던 대로 점프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점프 스케일을 넓히기 위해 더욱 강하게 훈련했습니다. 트리플 악셀을 연습할 때, 이 점프를 제외한 나머지 점프들이 흔들릴 때가 있었어요. 모든 점프를 침착하게 뛰려고 노력을 했는데 실전 경기에서 성공률이 좋았습니다."

김진서가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한 기간은 2010년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이다. 이 기간 동안 트리플 룹을 완성하는데 한 달이 소요됐고 나머지 점프들은 무난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트리플 악셀마저 갖추게 됐다.

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섭렵한 것이 피겨를 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특히, 묘기 줄넘기가 점프에 도움이 됐다고 김진서는 털어놓았다.

"묘기 줄넘기는 일반 줄넘기와 비교해 타이밍을 맞춰야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적절한 순간에 타이밍을 잡아서 뛰는 피겨의 점프와 비슷해서 그런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 달성, 다음 목표는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그 다음은?

이번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진서는 새롭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태극마크를 달면서 김진서는 기존 국가대표인 이준형(16, 도장중)과 김민석(19, 고려대)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96년생인 김진서는 동갑인 이준형과 이동원(16, 과천중)에게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유는 나이는 같지만 학교 학년이 1년 밑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건강상의 문제로 한 학년을 쉰 김진서는 올해 중학교 3학년으로 진급한다. 이와 비교해 동갑인 다른 96년생 선수들은 오는 3월, 고등학생이 된다.



"대표팀 형들과는 거리낌 없이 친하다보니 만나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좋아져요. 앞으로 훈련도 함께하게 됐는데 기대감이 큽니다."

국가대표의 꿈을 이룬 김진서는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지난해 1월, 캐나다 켈로나에서 열린 청소년 초청대회에서는 남자 싱글 노비스 부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것이 유일한 경험이다.

"우선은 차기 시즌에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은 당연히 가지고 있죠. 남자 싱글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선수생활도 오래도록하고 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25살에서 27까지는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김진서의 또 다른 목표는 '쿼드 러플 점프'다. 이제 남자 선수들에게 4회전 점프는 '필수 요소'가 됐다. 앞으로 쿼드 점프도 익혀 한 단계 올라서고 싶다고 밝힌 김진서는 "지금 뛰고 있는 점프도 한층 안정되게 완성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지금 바라는 것?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김진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고막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인해 잠시 제동도 걸렸지만 인공 고막 수술을 받은 뒤, 재활도 병행해 이를 극복해냈다. 또한, 자신이 보완해야 될 문제점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대회가 끝난 뒤,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체크했습니다. 저는 아직 스케이팅이 약하고 스트로킹에서 지적을 많이 받아요. 스케이트와 제가 한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하고 싶습니다."

빙판 위에서 뛰어난 점프 스케일을 보여준 김진서는 163cm의 단신 스케이터다. 피겨 선수들은 대체로 키가 크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만 170cm까지 자라고 싶은 것이 김진서의 소망이다.

"키가 갑자기 크면 점프를 하는데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170cm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진서가 가장 좋아하는 스케이터는 다카하시 다이스케(26, 일본)와 패트릭 챈(22, 캐나다)이다. 특히, 최근 '절대 강자'로 등극한 챈에 대해 김진서는 "스피드도 좋고 부드럽게 타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태극 마크를 단 김진서는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주변의 관심이 많아지는 만큼,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그는 "책임감을 가지되 경기를 할 때는 부담 없이 편하게 타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 = 김진서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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