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6시즌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가 유력한 제리드 데일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서 조국의 2라운드(8강) 진출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 야구가 연출한 '기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조별리그 C조 4차전에서 호주를 7-2로 이겼다. 대만, 호주와 함께 조별리그 전적 2승2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동률팀 간 최소 실점을 따지는 대회 규정에 따라 C조 2위에 등극하면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앞서 지난 8일 대만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4-5로 석패, 2라운드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를 5점차 이상, 2실점 이하로 꺾는 것만이 8강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반대로 호주는 우리에게 지더라도 3득점 이상을 따낸다면 2위를 수성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1회초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난 뒤 1회말 수비 때 선발투수 손주영이 흔들리면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손주영은 일단 호주 4번타자 알렉스 홀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 한숨을 돌렸다.
손주영은 계속된 1회말 2사 1·2루에서도 실점을 막아냈다. 5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데일을 3루수 땅볼로 솎아 내고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결과론이지만 1회 위기를 넘긴 한국과 선취 득점 찬스를 놓친 호주의 희비는 2회부터 크게 엇갈렸다.
한국은 2회초 선두타자 안현민의 안타 출루에 이어 곧바로 터진 문보경의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3회초 이정후와 문보경의 1타점 2루타, 5회초 문보경의 1타점 적시타로 5-0 리드를 잡고 '기적'을 위한 조건을 하나씩 갖춰갔다.
데일은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에 그친 뒤 한국이 6-1로 앞선 7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행운의 내야 안타를 생산했다. 무사 1루에서 한국 투수 데인 더닝을 상대로 빗맞은 땅볼 타구가 3루수와 투수 사이로 느리게 굴러가면서 출루가 이뤄졌다. 이날 데일이 한국 대표팀을 괴롭힌 유일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호주는 데일의 내야 안타로 잡은 무사 1·2루에서 4번타자 그렌디닝이 병살타를 치면서 공격 흐름이 끊겼다. 더닝은 계속된 2사 3루에서 윙그로브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국의 6-1 리드를 지켰다.
한국은 8회말 수비 때 김택연의 실점으로 점수 차가 6-2로 좁혀지면서 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9회초 최소 1득점, 9회말 수비 무득점을 모두 달성해야만 2라운드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은 9회초 1사 1루에서 이정후의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흘러가면서 순간적으로 병살타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다행히 타구가 투수 글러브에 맞고 다소 굴절, 속도까지 느리게 유격수 데일에게 향했다. 타이밍을 볼 때 타자 주자, 1루 주자가 모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데일은 타구를 잡은 뒤 1루 송구 대신 2루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때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공이 외야까지 흘러갔고, 1루 주자 박해민은 3루까지 진루했다. 희생타 하나면 득점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열렸다. 한국은 안현민의 천금 같은 1타점 외야 희생플라이로 스코어를 7-2로 만들었다. '기적'의 퍼즐을 완성했다.
호주는 데일의 실책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9회말 무득점에 그치면서 한국에 2라운드 티켓을 넘겨줬다. 데일은 선두타자로 나와 한국 투수 조병현에게 루킹 삼진을 당하는 등 게임 시작과 끝이 모두 좋지 못했다.
사진=도쿄,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