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만리장성' 중국 남자 탁구가 2025년을 결산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에서 강력한 적수를 만나게 됐다.
한 명도 아니고 형제가 힘을 합쳐 중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들어 중국 남자 선수들의 기세가 예전 만큼은 아니어서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중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형제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탁구 천재' 알렉시스 르브렁(22·세계 10위)과 펠릭스 르브렁(19·세계 6위)이다.
르브렁 형제는 11일(한국시간) 홍콩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홍콩 2025' 남자단식 1회전을 통과하고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전세계에서 남자단식 최고수 16명이 참가해 겨루는 왕중왕전이다. 총상금도 130만 달러로 올해 WTT 시리즈 대회 중 가장 많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8강은 중국 대표 3명과 프랑스 대표 2명, 일본, 대만, 스웨덴 대표 각각 한 명으로 구성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 1위 왕추친, 2위 린스둥은 11위 샹펑과 함께 16강을 통과했다. 트룰스 모레가르트(스웨덴·4위), 하리모토 도모가즈(일본·5위), 린윈주(대만·13위)도 16강전을 이겼다.
최근 상승세인 르브렁 형제도 의외로 첫 경기를 쉽게 돌파하며 중국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형 알렉시스는 치우 당(독일·세계 9위위)을 4-1로 제압하고 8강에 올라 왕추친과 12일 격돌한다. 동생 펠릭스는 올해 중국 선수들을 두 번이나 제압하고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브라질의 세계 3위 강자 휴고 칼데라노를 4-2로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형제는 3살 차이가 나지만 거의 비슷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라켓을 휘둘러 마치 쌍둥이 같은 느낌을 준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 올림픽에 세 번이나 출전했던 삼촌 등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탁구를 배운 르브렁 형제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프랑스의 남자단체 동메달 획득을 이끌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펠릭스는 남자단식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 올림픽 뒤 둘의 실력이 더욱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다. 알렉시스는 지난해 10월 유럽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펠릭스는 올해 WTT 콘텐더 튀니스 대회와 WTT 스타 콘텐더 무스카트 대회에서 두 차례 국제대회 우승을 했다. 특히 무스카트 대회에선 알렉시스와 형제 대결을 벌여 화제가 됐다.
펠릭스는 이번 대회 직전에 열린 혼성단체 월드컵 중국전에서 량장쿤과 붙어 게임스코어 2-1 우위를 점하는 등 기세가 좋다.
펠릭스는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WTT 그랜드 스매시 준결승에서 린스둥을 4-2로 누르며 중국 탁구를 놀라게 했다. 결승에서 왕추친에 0-4로 졌지만 향후 남자 탁구계에 프랑스가 중국의 강력한 적수로 등장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중국은 여자단식에서 세계 1~5위를 모두 꿰찬 것과 달리 남자단식에선 왕추친, 린스둥이 1위와 2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이후 순위는 유럽이나 일본, 남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을 두려워하기 보단 한 번 넘어보겠다는 의지가 적지 않다.
르브렁 역시 중국 선수들과 당차게 붙어보자는 마음이 강하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르브렁 형제가 첫 경기를 예상보다 쉽게 이겼다. 둘 모두 중국 선수들과 어떻게 써울지 주목된다"고 했다.
사진=신화통신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