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한국 커리어' GOOD BYE 린가드 "서울은 내 평생 가족…맨유 떠날 때처럼 눈물 흘릴지도"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정현 기자) 서울과 2년간의 동행을 마치는 제시 린가드가 서울을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린가드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멜버른 시티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스테이지 6차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을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서울에서도 그 정도 유대감이 생겼다"라며 서울 선수단을 '가족'이라고 했다. 

서울과 멜버른 시티(호주)는 오는 10일 오후 7시 이곳에서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 경기에 앞서 서울 구단은 5일 린가드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린가드는 K리그 역사상 최고 네임밸류 선수로서 지난 2년간 FC서울을 대표하며 팀의 전력 상승은 물론, FC서울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크게 높이는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한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팀을 넘어 K리그 전체를 상징하는 선수로 활약해 왔다. 이에 FC서울은 린가드와의 연장 계약 옵션에 따라 더 함께하는 것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린가드는 지난 2년간 FC서울에서의 시간에 깊이 만족하며 구단을 존중하지만,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자신의 축구 여정의 다음 스테이지를 펼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서울은 "구단을 상징한 선수로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담아 대승적으로 선수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린가드의 퇴단을 공지했다. 

린가드는 지난 2024시즌을 앞두고 서울과 계약을 맺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으로 역대 최고 외국인으로 K리그에 입성한 린가드는 지난 두 시즌 간 K리그1 60경기 16골 7도움을 기록하며 서울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 팀의 주장으로 활약한 린가드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도 출전하며 서울의 동아시아 리그 4위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동 스타디움에서 열린 상하이 하이강과의 5차전에서 린가드는 멀티 골로 3-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린가드는 멜버른 시티전을 끝으로 서울과의 동행을 마무리한다. 

린가드는 "상대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해왔다. 서울은 계속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좋은 축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겨야 했던 경기를 놓친 점은 아쉽다. 리그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해왔다. 지난 몇 경기에서 잘 해왔고 나와 선수들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  나와 팀 모두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이고 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2년 간 축구장 안팎에서 좋았던 순간과 나빴던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린가드는 "축구적으로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은 작년에 홈에서 5연패를 할 때다. 아직도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하지만 이겨내고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 뿌듯하다. 최고의 순간을 꼽자면 올 시즌 강원전 경기를 얘기해야 한다. 0-2로 지고 있다가 4-2로 역전해 너무나 흥분했고 재밌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떨리는 순간이다. 올 시즌 첫 역전승이었다.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기장 밖에서는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팬들이 내게 애정을 보여줬다. 그 순간들이 행복했다. 덕분에 광고나 TV 촬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 너무나 즐거운 생활 했다. 안 좋았던 순간은 킥보드를 타면서 이슈를 탔었는데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순간이다. 내가 한국에 와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유럽에서는 당연시됐던 일이었는데 한국에서는 큰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 순간이 깜짝 놀랐던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2년 간 K리그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린가드는 "K리그는 피지컬적인 리그다. 2년 간 리그를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과 팀 동료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라면서 "개인적으로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특징,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첫 해에 한국 선수들이 내 생각보다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에 오면서 선수들이 자신을 더 표현하고 표출할 줄 아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런 것을 보며 기뻤다. 지난 2년 간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고 싶고 성장하도로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생활했다. 지난해에 비해 선수들이 시끌벅적해지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은 많은 팀들이 내게 강하게 마크를 하면서 힘들게 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나름 활약을 해서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기쁘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인간적으로 한국에서 행복한 2년이었다. 많은 책임감을 올해 주장을 하면서 느꼈다.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2년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자신이 떠난다고 했을 때 선수들의 반응과 향후 계획에 대해선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선수들이 찾아와서 사진도 많이 찍었고, 유니폼에 사인도 받았다. 대화보다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더 다가와서 스킨십을 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만약 선수들이 런던이나 맨체스터에 온다면 연락하라고 했다. 항상 동료 선수들과 구단과도 연락하라고 했다. 우리 모두 가족이고 잉글랜드에 온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유니폼이나 축구화 같은 것들도 다 가져갈 만큼 평생 동료이자 가족으로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음 움직임에 대해선 "신만이 알 것이다. 가족과 만나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긴 시즌을 마무리하고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낼 것이다. 한국에서 몸 상태를 잘 끌어 올려왔고 그 후에 훈련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1월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행을 결정했던 이유 중 '행복'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꼽았던 린가드는 "(2년간 돌아보면) 그렇게 믿고 싶다. 잉글랜드를 떠나 한국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다른 세계여서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에게도 말씀했던 게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면 떠났을 것이다. 한국에서 행복했다. 모든 순간이 재밌고 행복했다"라고 밝혔다. 

또 "계속 말씀드리지만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인간으로 성장해 뿌듯하다. 큰 배움이 있었던 변곡점이다. 지난 2년 간은 놀라웠다. 한국은 팀이 정말 끈끈하다. 감정적일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을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서울에서도 그 정도 유대감이 생겼다. 어떤 감정일지 모르지만, 경기 끝나고 팬들과 만나면서 눈물을 흘릴지는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한국을 떠난다고 이야기했을 때 딸 '호프'는 어떤 반응이었는지 묻자, 린가드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영상통화로 사실을 알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충격까지는 아니다"라면서 "서울을 너무 좋아해 아쉬운 표정이기도 했다. 그래도 좋아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쉽지 않아 아빠가 돌아가게 돼 기뻐했다. 가족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정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 AFC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