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1:35
스포츠

[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클라우디아, "평창 꿈 때문에 국적바꿨어요"

기사입력 2011.12.02 10:46 / 기사수정 2011.12.02 10: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좀 더 높이 날기 위해 스케이트를 탔다. 피겨 싱글 선수의 가장 큰 과제는 '점프'다. 빙판을 치고 올라가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트리플 점프'가 있어야 선수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보다 높이 날기 위해 스케이트를 탔던 클라우디아 뮬러(14, 홍은중)는 스케이트 날의 방향을 바꿨다. 은반 위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이 이제는 더 중요하다. 싱글 선수에서 아이스댄서로 전향한 클라우디아는 '은반 위의 댄스'위해 국적을 바꿨다.

스위스 국적이었던 클라우디아의 꿈은 한국 피겨 국가대표였다. 싱글 선수로 국가대표에 도전했지만 지금은 '아이스댄서'로 태극마크를 달기 원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실시한 '아이스댄싱 육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새롭게 태어난 클라우디아는 아이스댄싱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아이스댄스 육성팀 오디션을 공고했다. 총 43명이 지원한 이 오디션에서 클라우디아는 최종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아이스댄싱 오디션에 최종 당선됐을 때, 댄싱에 전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아이스댄스 육성 오디션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되던 안 되던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싱글 국가대표가 되면 좋았겠지만 아이스댄싱 국가대표가 되도 만족할 것 같아요."

아이스댄싱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피겨 인생'

클라우디아는 지난 2008년 2월,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을 관전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연기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스댄싱 선수들의 스케이팅이었다.

"지난 2008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이스댄싱 선수들이 스케이트 에지를 깊게 쓰는 것을 인상 깊게 봤어요. 그리고 키스 앤 크라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아이스댄싱을 직접 해봤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스댄싱은 마음과 호흡이 맞아야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클라우디아는 피겨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키스 앤 크라이'에 출연했다.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가 그의 파트너였다. 그동안 홀로 연기를 펼쳐왔던 클라우디아는 두 명의 스케이터가 혼연일체가 돼야 진정한 연기가 나온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클라우디아는 "키스 앤 크라이에 출연한 경험이 아이스댄싱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어머니인 최혜선(39) 씨는 "딸이 싱글 선수를 하다가 은퇴를 하게 되면 아이스댄싱을 시켜볼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이스댄싱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남녀 싱글 선수들은 있었지만 아이스댄싱 팀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스댄싱 스케이터를 육성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클라우디아는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현재 클라우디아는 댄싱 최종 합격자들과 함께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여자 싱글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내년 4월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클라우디아는 싱글 선수로 출전한다.

아이스댄싱이 좋지만 점프를 할 수 있는 여자 싱글을 접어야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에 끝난 랭킹대회에서 경기가 잘됐는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내년 시즌에는 아이스댄싱 선수로 활약하게 되는데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2012~2013 시즌부터 클라우디아는 아이스댄싱 선수로 활동한다. 클라우디아는 다음 시즌부터 여자 싱글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상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본격 가동된 아이스댄싱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싶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아이스댄싱 연습에 들어갔다. 댄싱은 싱글과 비교해 다른 점이 많다.

"아이스댄싱과 싱글의 가장 다른 점은 스케이트에 있습니다. 아이스댄싱 스케이트는 싱글용과는 달라요. 댄싱은 에지를 깊게 써야하기 때문에 토(스케이트 날 앞에 톱니바퀴처럼 나온 부분-점프를 할 때, 빙판을 찍는 기능)가 크지 않고 스케이트 날도 짧아요. 그리고 기술도 모든 것이 새로웠어요. 지금은 걸음마 단계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빙판에 선다는 점이다.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온전한 연기를 펼칠 수 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파트너들이 수줍음이 많다고 클라우디아는 털어놓았다.

"손을 제대로 꼭 잡아야 되는데 상대 파트너들이 수줍어해요. 그럴 때마다 코치님은 이걸 제대로 잡아야 잘 움직일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죠. 지금은 제가 주로 리드를 하고 있는데 손을 잘 안 잡으면 '제대로 잡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웃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국적을 바꾼 아이스댄싱 유망주


클라우디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귀화를 준비해왔다.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한 과정은 복잡했고 이를 위한 서류도 수북했다. 4년 동안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고 지난 9월, 클라우디아는 주민등록 번호를 받았다.

최혜선 씨는 "지금은 등본만 떼면 되는 상황이다. 법무부에서 이 사람의 귀화를 공식적으로 하가한다는 통보도 받았다. 외국인 등록증도 반납한 상태"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홍은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클라우디아는 명찰이 없다. 긴 이름을 명찰에 다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주'라는 한국 이름을 지닌 그는 개명 절차도 진행 중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클라우디아의 의지는 더욱 굳어졌다. 한국에서 사는 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국가대표가 돼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최종적인 꿈은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댄싱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거예요."

클라우디아는 현재 서울의 한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위스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한 살 어린 동생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클라우디아는 태국 유치원과 스위스 학교, 그리고 한국 학교를 다니며 성장했다.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인'이 된 클라우디아는 더욱 스케이트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지녔지만 예쁜 옷 대신 야구공과 농구공을 더 좋아 정도로 털털한 성격을 지녔다.

"평소에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예쁜 옷에도 큰 관심은 없습니다. 많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요. 동생인 제니퍼와 함께 야구와 농구를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시간만 나면 동생과 농구를 즐긴다. 또한, 글러브를 끼고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노는 것도 즐긴다. 공을 멀리 던질 수 있다고 밝힌 클라우디아는 기회가 되면 시구를 하고 싶다는 의견도 밝혔다.

"평소에 야구와 농구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을 멀리 던질 수 있어요. 만약 시구를 하게 되면 포수의 글러브까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아이스댄싱 국가대표 선발전은 내년에 열리는 전국랭킹전에서 치러진다. 올 시즌은 싱글에 충실하고 아이스댄싱 연습도 집중할 예정이다.

"몸 관리를 잘해서 올 시즌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싶어요. 또한, 배려심을 가지고 파트너와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사진 = 클라우디아 뮬러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