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월드컵 예선 탈락과 계속되는 부진에 인내심이 바닥난 중국 축구 팬들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대표팀 해체라는 공허한 외침 대신 이제는 그들의 '돈줄'인 후원사를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중국 소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중국 축구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후원하는 모든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팬들은 대표팀을 '나라 망신시키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후원하는 것 역시 같은 행위라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이미 자동차 기업 BYD의 7500만 위안(약 143억원) 규모 후원 철회라는 첫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팬들이 자본을 압박해 시스템 변화를 꾀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중국 팬들의 분노는 10년 넘게 이어진 대표팀의 처참한 성적에서 비롯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중국 남자 축구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팬들은 "예전에는 축구협회 해체를 외쳤지만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매일 배불리 먹고 배만 불리고 있다"며 "이제 그들의 '식량'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폰서 보이콧은 대표팀과 축구협회의 자금줄을 차단해 고통을 느끼게 하겠다는 팬들의 마지막 저항인 셈이다.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여자 대표팀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남자 대표팀의 현실이다.
한 팬은 "중국 여자 축구팀을 보라. 모두 검게 그을렸고 복근이 선명하다. 아시아 1위, 세계 3위 안에 들 정도로 실력도 뛰어나다"며 "(성적도 없는) 남자 대표팀의 높은 연봉을 여자 선수들에게 줘야 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적은 최악인데 태도는 불성실하고, 연봉은 천문학적인 남자 대표팀의 모순적인 구조가 팬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다다르게 한 것이다.
소후는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높은 연봉이 오히려 선수들의 사명감을 앗아가고 즐기는 데만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스폰서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돕는 '공범'으로 지목됐다.
매체는 "남자 대표팀은 지난 10여 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하락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배만 불룩한 돼지처럼 과식하는 모습은 중국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뱀의 가장 약한 곳을 찔러 죽여야 한다"는 팬들의 말처럼, 스폰서에 대한 보이콧은 이 부조리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팬들의 조직적인 실력 행사가 과연 중국 축구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소후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