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나승우 기자) 친정팀 대구를 상대한 정승원이 생각보다 야유가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득점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8일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3분 터진 둑스의 선제 결승골을 잘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3월 29일 대구와의 맞대결 승리 후 7경기에서 4무3패로 승리가 없었던 서울은 다시 대구를 제물로 8경기 만에 승리를 거둬 승점 3을 추가했다. 4승6무4패, 승점 18이 되면서 7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대구는 에드가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등 불운 끝에 승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꼴찌 수원FC에 다득점에서 앞선 11위(3승2무9패·승점 11)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건 대구 출신 정승원이었다. 지난 3월 맞대결서 정승원이 득점 후 대구 원정 팬 앞까지 전력 질주하는 역주행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 아스널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아스널을 상대로 골을 넣고 역주행 세리머니를 펼쳤던 토고 출신 공격수 엠마뉘엘 아데바요르를 떠올리게 하는 세리머니였기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친정팀 홈으로 향하는 정승원이 이번 경기에서도 득점 후 도발 세리머니를 펼칠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대구 팬들은 경기 내내 정승원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했다. 정승원은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정승원의 판정승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승원은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야유가 엄청 세던 건 아닌 것 같더라. 더 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까지 세지는 않아서 조금 당황했다"면서 "생각하기로는 더 나와야 하는데 안 나와서 당황했다. 근데 관중석에서 하는 발언들은 또 잘 들리더라. 그래서 웃으면서 그냥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에 앞서 김기동 서울 감독은 정승원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흥분할 경우 바로 빼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승원은 경기 초반 대구 센터백 카이오의 얼굴로 향하는 위험한 동작으로 하마터면 다이렉트 퇴장을 받을 뻔했다. 다행히 경고에 그쳤지만 서울이나 정승원 입장에서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정승원은 "예기치 못하게 그런 장면이 나왔다. 위험한 플레이였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했다. 끝나고도 계속 미안하다고 했고, 믹스트존에서 마주쳤을 때도 미안하다고 했다. 선수가 다치면 안 좋지 않나"라면서 "근데 (대구가) 나는 잘 다치게 하더라. 많이 아팠다. 지금도 많이 부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정승원은 "일주일을 준비하면서 대부분 얘기했던 게 지인들이나 동료들도 다치지 말라고 했다. 거칠게 나올 것 같으니 제발 안 다치게 축구하라고 했다"면서 "나도 그걸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에 덜 다친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는 경고나 퇴장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이런 경기가 꼭 변수가 발생한다. 다행히 그렇게 큰 변수가 나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친정팀 홈에서 야유를 들으며 뛰는 느낌에 대해서는 "이 열기는 너무 좋은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열기를 가지고 이런 축구장에서 축구한다면 선수들을 힘이 날 거다. 나도 힘을 받고 싶었지만 그래도 야유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안 나왔다"면서 "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야유가 나올 건 알고 있었기에 잘 대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친정 팬들의 야유 속에 골을 넣었다면 더 많은 화제가 됐을 터다.
"너무나도 넣고 싶었던 경기였다"고 입을 연 정승원은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몸으로 희생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몸은 아파도 내가 희생함으로써 팀이 이긴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의 야유가 생각보다 더 적었다는 발언이 대구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느냐란 질문에 정승원은 "나도 사람인지라 반응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안타까운 건 다른 팬들이다. 이제 축구를 보기 시작하시는 팬들이 잘 모르고 야유를 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잘 모르고 야유를 한다는 건 그냥 (분위기에) 어울려져서 하는 거기 때문에 안타깝다. 그래도 좋아하는 팬들도 있고, 끝나고도 좋아해 주시는 팬들도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대구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것에 대해서는 "원래는 서울 원정 팬들에게만 인사하고 갔는데 그래도 인사를 다 하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경기장 3면에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 아직 애정이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대구를 워낙 좋아한다. 그래도 내가 성장했던 팀이고, 엄청난 추억이 있는 팀이라 좋아한다. 나를 좋아하는 팬분들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팬들에게서나 안티 팬들에게서나 화제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좋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정승원은 "더 좋은 것 같다. 더 흥행될 것 같다. 이름이 한 번이라도 더 알려지는 거다. 나한테는 좋은 이미지로 가져가지 않을까 한다. 축구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그런 이미지가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것과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와의 경기가 '정승원 더비'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승원은 "부담감은 있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크다. 내가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급해지고 그럴 수 있지만 오늘은 참으려고 노력했다. 주심과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경기 끝나고 내게 많이 참은 거 같다고, 자기도 선수들이 몸싸움 강하게 거는 모습이 보였다고 하더라"면서 "근데 내가 '퇴장 주시죠'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원래 얘기를 세게 하는 스타일인데 심판도 그런 걸 다 알더라. 오늘은 그래도 차분히 했더니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는 걸 나도 느꼈다. 그래도 내가 희생해서 팀이 이긴 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전에 고통 받는 자에게 좋은 게 온다는 글을 SNS에서 봤는데 오늘 고통 받으면서 성장하는구나 느꼈다. 오늘 경기로 더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승원은 "우리처럼 대구도 많이 힘들 거라 생각한다. 같이 잘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엑스포츠뉴스 대구,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