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주장 박탈 주장까지 나왔던 손흥민이 경기력은 물론 훌륭한 리더십으로 스스로 이를 반박했다.
손흥민이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AZ알크마르(네덜란드)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 선발 출장해 팀의 3-1, 1-2차전 합계 3-2 역전승을 이끌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공격수로 나서 3골에 모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여러 차례 알크마르 수비진을 드리블로 헤집고 다니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활기 넘치는 전방 압박에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26분 상대 일본인 수비수 마이쿠마 세이야에게 강한 압박으로 킥을 블록했고 이 공이 도미니크 솔란케에게 향했다. 솔란케는 곧바로 반대편에 있는 동료 윌송 오도베르에게 패스했고 오도베르는 빠르게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도 손흥민이 빛났다. 후반 3분 역습이 시작됐고 매디슨이 왼쪽에 손흥민에게 내줬다. 손흥민은 중앙으로 들어오다가 다시 매디슨에게 내줬다.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토트넘에게 리드를 안기는 역전 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의 영향력이 얼마나 빛났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오도베르가 터뜨린 팀의 세 번째 골에서도 손흥민이 관여했다. 합계 2-2로 균형이 맞춰졌던 후반 39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뒤로 돌아 뛰는 제드 스펜스에게 내줬다. 공간이 열린 스펜스는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중앙에서 솔란케가 이 공을 왼발로 뒤로 돌려놨다. 반대편에서 대기하던 오도베르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어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역전골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내 영향력이 빛난 손흥민은 현지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들었다.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주면서 "오도베르의 전반전 골이 나올 때 소유권을 얻기 위해 아주 강하게 압박했다. 주장의 훌륭한 경기력으로 3골 모두 관여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인 '이브닝 더 스탠더드'는 오도베르와 함께 최고점인 9점을 주며 "손흥민이 파이널 써드(상대 페널티 박스 부근) 지역에서 결정력 넘치는 경기력으로 3골에 모두 주요 부분을 차지했다"라고 칭찬했다.
팀 동료인 제임스 매디슨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기회를 만들고 공격에서 정말 위협적이었으며 공을 몰고 올라가기도 했다. 오늘도 내게 공을 넘겨줬고 내가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워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을 칭찬했다. '풋볼런던'에 따르면, 그는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매 경기 모든 것을 쏟는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팀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한다. 오늘 몇몇 순간들이 있었고 몇몇 순간들은 불운했다. 몇몇 순간에선 마무리까지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팀의 노력으로 얻어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손흥민은 경기 중 발생한 동료들의 갈등에도 중재자로 나서며 주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추가시간에 토트넘이 직접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포로가 파울을 당해 얻은 프리킥이어서 포로가 킥을 차길 원했지만, 매디슨이 공을 잡고 서 있었다. 포로가 자신한테 공을 달라고 했지만, 매디슨이 키커였기 때문에 주지 않으면서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자 손흥민이 다가가 두 선수 사이를 떼어놓고 중재에 나섰다. 포로를 향해 진정하라고 한 뒤 매디슨이 차도록 설득했다. 포로도 아쉬운 듯 손흥민을 바라봤지만, 이내 자리를 떴고 매디슨이 킥을 차도록 했다. 외부에서 봤을 때 팀 내 신경전이 번질 수 있었지만, 주장으로써 잘 정리해 마무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주장단과 비카리오 등 고참급 선수들이 모두 돌아와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말했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굴리에모 비카리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제임스 매디슨, 그리고 쏘니가 한 경기장에 있었던 첫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올해 정말 우리는 네 선수 중 한두 선수에게 의존했다"면서 "네 명 모두 함께 나오면서 차이를 만들었다. 그들 모두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간 손흥민은 팀이 부진해지자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었다. 특히 토트넘 선배인 제이미 래드냅과 오하라가 손흥민을 저격하고 나서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패널로 활동 중인 레드냅은 "난 손흥민이 주장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한 번도 손흥민이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팀이 힘든 상황에서 대체 손흥민이 가져다준 게 뭔가?"라며 "그저 어린 선수들이 불쌍할 뿐이다. 난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불쌍하다"며 "제드 스펜스는 너무 많은 일을 했다. 어린 선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끌어주는 선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토트넘에는 그럴 만한 선수가 없다. 토트넘은 최근 기대 이하의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리버풀전은 유독 끔찍했다"고 했다.
또 다른 토트넘 선배인 오하라는 최근 영국 스포츠 언론 '그로스버너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비판했다.
그는 "토트넘이 최근 치른 두 경기였던 리버풀전과 애스턴 빌라전은 토트넘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기였지만, 토트넘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며 "토트넘에는 투지와 열정, 그리고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토트넘의 부족한 리더십은 감독과 주장에게서 비롯된다"면서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손흥민은 이제 더 이상 토트넘에 어울리는 주장이 아니"라고 했다.
나아가 제이미의 아버지이자 토트넘 감독을 했던 해리 래드냅마저 토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난 손흥민을 주장으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은 왼쪽 윙어 자리에서 뛰는데, 그는 주장으로서 내 선택이 아닐 거다"라며 "그럼 누가 있을까? 난 얼마 전에 이러다가 아마 아치 그레이가 주장이 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는 18살이다. 미친 짓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스스로 이러한 억지 주장을 반박하는 경기력과 리더십으로 토트넘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계화면 캡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